2026년 11월 9일 월
칼럼

[신앙에세이] 빈손으로 걸어도 하나님은 채우신다

신앙에세이
 
빈손으로 걸어도 하나님은 채우신다
 
해병대 복무 시절, 미국 횡단 계획을 세웠다. 길 위에서 노숙하고 히치하이킹을 하며 서부 LA부터 동부 뉴욕까지 4,813km를 50일 동안 단돈 30만 원으로 횡단하는 도전이었다. 모두가 뜯어말렸지만, 이 여정을 통해 증명하고 싶은 가치가 있었다. 바로 “빈손으로 걸어도 하나님은 채우신다”는 것이다.
전역하고 복학해서 철저하게 준비했다. 70L 배낭을 메고 끝없는 광야를 걸어가야 하기에 11kg을 감량했다. 하루 한 끼만 먹으며 굶주림에 익숙해지는 연습도 했다. 그리고 비로소 나는 길 위에 섰다.
여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잘 곳이 없어서 마트와 공항을 찾아 헤맸다. 밤에는 노숙인에게 쫓기기도 했다. 사흘을 1달러로 버티기도 했고, 끝없는 사막에서 남은 돈의 절반으로 기차표를 사며 낙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동쪽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더 줄 수 없음에 아쉬워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하나님의 세상을 믿기로 했다.
나는 66번 국도를 따라 걸었다. 때로는 횡단 열차에 몸을 싣고, 큰 트레일러를 얻어 타며 끝없는 중부 사막을 달렸다. 그랜드캐니언 앞에 섰을 땐, 창조주의 위대함에 겸허해졌다. 우리는 서로의 것을 재며 살아왔지만, 거대한 자연 앞에서는 한낱 피조물에 불과했다.
특히 댈러스에서의 일이 기억에 남았다. 한 빵집에서 만난 분이 지금까지의 여정을 들으시고는 진열대의 모든 빵을 사 주시며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다시 빈손으로 출발하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 말씀을 따랐고, 다시 빈손으로 출발한 나의 여정은 또다시 놀랍게 채워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뉴욕에 다다랐을 때, 내 주머니에는 770달러(약 102만 원)가 있었다. 하나님이 예비하신 사람들의 사랑과 도움의 손길이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고, 기적이었다. 나는 가지고 있는 돈으로 타코를 사서 맨해튼의 노숙인들과 나누었다. 이 여정은 그저 미국을 횡단한 모험이 아니라, 빈손으로 걸어도 하나님이 채우신다는 것을 증명한 여정이었다.
나는 다시 삶의 자리로 돌아왔다. 50일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내게는 한 편의 대서사시였다. 417km를 홀로 걸었고, 2,359km를 히치하이킹했으며, 2,037km는 대륙 횡단열차에 몸을 실었다. 50일 간의 횡단 끝에 나는 하나님이 낯선 사람들의 친절과 만남을 통해 빈손을 채우셨음을 발견했다. 그 길 위에서 수많은 청춘을 만났다. 청춘의 가치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데 있음을 배웠다. 도전하는 용기는 언제나 박수받아 마땅하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목적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순례자다. 인생이라는 길을 걷다 보면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만난다. ‘나는 지금 여행자로 걷고 있는가, 아니면 순례자로 걷고 있는가?’ 
여행자와 순례자는 둘 다 길을 걷지만, 목적과 시선이 다르다. 여행자는 새로운 장소와 경험을 찾아 길을 떠난다. 그러나 순례자는 길을 걸으며 삶의 의미와 하나님을 찾아간다. 여행자는 길 위에서 세상을 만나지만, 순례자는 길 위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발견한다.
하나님은 우리가 어디를 가든지 함께하신다. 하나님이 함께하실 때 우리는 폭풍의 바다 위를 걸으며, 거친 산 위에 우뚝 설 수 있다. 빈손으로 걸어도 채우셨던 4,813km의 여정처럼 말이다.
/ 장건우 전도사(여호수아공동체)

작성자  박지혜 기자 wisdom7@onnu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