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강단]
성육신3. 만물의 으뜸, 교회의 머리
<골로새서> 1:15~20
/이재훈 위임목사
성탄의 본질은 성육신입니다. 성육신을 깊이 묵상하지 않고 성탄의 축복을 누릴 수 없습니다. <요한복음> 1장에서 성육신을 ‘말씀이 육신이 되신 사건’으로 설명했습니다. 만물을 창조하신 말씀이신 그분만이 만물을 새롭게 창조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지된 열매를 먹는 날엔 정녕 죽으리라”하신 그 말씀대로 이뤄져야만 했고, 그 말씀을 따라 사망과 멸망 가운데 처해 있는 인간과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말씀인 그분이 육신이 되어 죽음을 친히 담당하시는 길밖에 없었습니다. <빌립보서> 2장에서 성육신은 자신을 비우신 하나님의 겸손한 마음이 드러납니다. 우리가 놀라워해야 하는 것은 하나님이신 그분이 자신을 비우시고, 그 영광과 권리와 능력을 비우시며, 자신을 죽기까지 낮추신 겸손한 마음입니다. 죽기까지 낮아지심으로 지극히 높아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그 겸손한 마음을 묵상하는 것이 바로 성탄입니다.
하나님 아들 설명하는 두 단어
<골로새서> 1장에서 바울은 성육신을 우주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우리를 창조 이전의 상태로 데리고 갑니다. 이 땅에서 하늘로 데려갑니다. 성육신은 단순히 하나님이 아기로 태어나신 정도의 사건이 아닙니다. <골로새서> 1장 15절에서 20절에서 성탄을 우주적인 사건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 성육신의 주체는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성육신하신 하나님의 아들을 두 단어로 설명합니다.
첫째,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형상’입니다. 여기서 ‘형상’은 ‘본질을 나타내는 실체’라는 뜻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그 어떤 형상도 하나님을 온전히 보여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직접 우리에게 나타내 주신 형상만이 그분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하나님 형상 일부분을 보여주신 것이 인간입니다.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만드셨습니다. 우리가 자유의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 듣고 보고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고, 계획을 세우고, 약속하고 실행하는 모든 것들은 하나님 형상의 지극히 일부분입니다. 죄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형상이 파괴되었습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는 온전한 하나님의 형상입니다.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를 완전히 보여줄 수 있는 분이기 때문에 “아무 형상도 만들지 말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만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우리에게 온전히 보여주시는 분입니다.
둘째, ‘모든 피조물보다 먼저 나신 분’입니다. 단지 시간적 순서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모든 피조물 위에 초월해 계신 주권자’라는 뜻입니다. 그분은 하나님이 낳으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이 낳으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창조주와 동일한 주인이십니다. 그래서 ‘만물이 그분 안에서 그분으로 말미암아 그분을 위하여 창조되었다’고 표현합니다. 만물이 그분 안에서 만들어졌고, 그분을 통해 만들어졌고, 그분을 위해서 존재합니다.
골로새 교회 당시 유행했던 이단적인 가르침이 ‘영지주의’입니다. 넓게 보면 육은 악하고, 정신과 영은 선하다고 했던 플라톤 철학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가르침에는 성육신을 공격하는 이단 사상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보통 인간은 아니지만 피조물 중 하나, 천사 같은 존재 아니면 하나님과 동등하지는 않은, 하나님보다 조금 열등한 존재라고 가르쳤습니다. 그 가르침이 당시 골로새 교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기 때문에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를 올바로 가르쳐 주는 것입니다.
창조의 근원이자 통로, 통치자
“하나님의 아들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형상이요, 모든 피조물보다 먼저 나신 분이십니다. 이는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것들, 곧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 보좌들과 주권들과 권력들과 권세들이 하나님의 아들 안에서 창조됐기 때문입니다. 만물이 아들로 인해 창조됐고 아들을 위해 창조됐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은 만물보다 먼저 계시고 만물은 그분 안에 함께 서 있습니다”(15~17절).
바울은 예수님을 창조의 근원이자 통로, 통치자로 소개합니다. 세상 모든 피조물이 창조된 이유가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를 위해서입니다.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 보좌, 주권, 권력, 권세들이 그분 안에서 창조되었다’라는 말씀을 강조하는 이유는 성육신의 목적을 상기시키는 것입니다. 성육신은 그분 안에서 세워진 권세들이 그분의 통치를 거부했을 때 그 통치권을 회복시키시기 위해 세상에 오신 것입니다. 성육신은 통치의 사건입니다. 성탄은 세상의 통치권을 다시 회복시키시기 위해 오신 하나님의 주권 선포의 날입니다. 창조주의 통치를 거부한 타락한 권세들을 무장해제 시키고, 다시 통치를 회복하고, 화목하게 하는 것입니다.
16절에서 비슷한 의미를 가진 단어들을 네 번이나 반복합니다. 보좌들, 주권들, 권력들, 권세들이 그분 안에서 창조되었습니다. 17절 마지막에 ‘만물이 그분 안에 함께 서 있다’는 말씀에서 영어 ‘시스템(System)’이라는 단어가 나왔습니다. 어원이 같습니다. 하나님은 보이는 만물을 창조하실 뿐만 아니라 만물이 움직이는 시스템이 그 안에 있습니다. 그 안에 권세가 있습니다. 보좌, 주권, 권력, 권세는 하나님이 세상을 통치하시기 위해서 세우신 선한 질서와 권세를 의미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권세에 속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타락하고 반역했을 때 하나님을 반역하는 영적 권세에 휩쓸린 것입니다. 그래서 <에베소서> 6장 12절에서 “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에 대한 것이 아니요 정사와 권세와 이 어둠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에 대함이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에베소서>의 정세와 권세는 타락하고 악해진 권세를 의미합니다. 이 둘을 연결시키면, <골로새서> 1장에 나오는 보좌, 주권, 권력, 권세들은 하나님이 세상을 통치하시기 위해 세우신 선한 질서와 권세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에베소서> 6장에서는 하나님을 반역하는 세상의 권세가 되어버립니다.
성육신하신 분이 세상에 오셨을 때, 세상 권세의 악한 모습이 밝히 드러났습니다. 가장 선하시고 온전히 의로우신 하나님의 아들이 오셨을 때 세상의 악한 권세는 그분을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성육신의 끝은 십자가입니다. 만물을 회복시키시는 길은 단지 ‘탄생’이 아니라 ‘죽음’을 통과해야만 했습니다. 그분의 죽음을 통해 놀라운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성육신, 만물의 으뜸이신 분이
교회의 머리가 되신 사건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거슬러 대적하는 조문들이 담긴 채무 증서를 제거하시고 그것을 십자가에 못 박아 우리 가운데서 없애 버리셨습니다. 또한 십자가로 권력들과 권세들을 무장 해제시키시고 그들을 공개적인 구경거리가 되게 하셨습니다”(14~15절).
성육신하신 분의 목적은 십자가였습니다. 십자가를 통해, 그 죽음을 통해 하나님을 대적하는 모든 권세, 원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통치의 통로가 되게 하신 주권, 권력, 권세들이 하나님을 반역하는 권세가 되었지만,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모든 타락한 권세와 권력을 무장해제 시키셨습니다. 그 권세에 끌려 다니는 모든 채무 증서를 제거하셨습니다. 죄의 빚을 다 갚아주셨습니다. 십자가상에서 일곱 마디 남긴 말씀 가운데 한 말씀은 “다 이루었다”입니다. “다 갚았다”, “너의 빚은 끝났다”, “다 지불되었다”라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죄인으로서 갚아야 될 모든 죄 값이 십자가에서 치러졌기 때문에 우리가 더는 타락한 권세의 종노릇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자유인이 되었다고 선포하시는 것입니다. 여기에 성육신의 목적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 보좌 우편에서 두 개의 면류관을 쓰고 계십니다. 하나는 십자가를 지시고 부활하심으로 만물의 으뜸이 되신 것이고, 또 하나는 교회의 머리가 되신 것입니다. 만물의 으뜸이신 분이 교회의 머리이십니다. 성육신은 만물의 으뜸이신 분이 교회의 머리가 되신 사건입니다. 타락한 이 세상을 재창조하시기 위해서 성육신하심으로 죽음과 부활을 통해 하나님의 새로운 인류 곧, 교회의 머리가 되셨습니다.
“또 하나님의 아들은 그분의 몸인 교회의 머리십니다. 그분은 근본이시요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먼저 살아나신 분이십니다. 이는 그분이 친히 만물 가운데 으뜸이 되시려는 것입니다”(18절).
오늘 본문 15절에서 17절의 그분은 창조의 근원이십니다. 18절에서는 새 창조의 사건을 말하고 있습니다. 성육신하심과 죽으심, 부활하심을 통해 그분이 부활의 첫 열매가 되셨고, 교회의 머리가 되셨습니다. 그러므로 성육신은 옛 창조의 주인이신 분이 만물을 버리지 아니하시고, 새 창조를 이루시기 위해 교회의 머리가 되신 사건입니다. 모든 피조물보다 뛰어나시고 만물의 으뜸이신 분이 교회의 머리가 되셨습니다. 여기서 머리란 단순한 지도자를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생명을 공급하고, 방향을 제시하고, 모든 통치의 중심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탄을 통해 성육신의 신비를 믿는 것입니다. 만물의 으뜸이신 그리스도가 내 인생의 통치자가 되신다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나의 인생과 사역, 가정과 생각 위에 그리스도의 통치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만이 길, 진리, 생명
19절에서 “아버지께서 모든 충만으로 아들 안에 거하게 하시기를 기뻐하셨다”라고 말씀합니다. 여기서 ‘충만’이라는 단어가 당시 유행했습니다. ‘플레로마(Pleroma)’라는 단어인데, 당시 만연했던 영지주의에서는 여러 신, 천사 같은 존재가 모두 신성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바울은 “아니다. 하나님의 모든 신성한 능력과 영광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성육신하신 그분의 육체 안에 거한다”고 했습니다. 당시에는 하나님께로 가려면 천사를 통해야 된다고 해서 천사를 예배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헛되고, 오직 하나님께로 이르는 길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만이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그 아들의 십자가의 피로 평화를 이뤄 만물, 곧 땅에 있는 것이든 하늘에 있는 것이든 모든 것이 아들로 인해 자기와 화목하게 되기를 기뻐하셨기 때문입니다”(20절).
하나님은 모든 신성과 능력을 성육신하신 그분 안에 나타내기를 기뻐하셨고, 그분의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땅에 있는 모든 만물이 하나님과 화목하게 되기를 기뻐하셨습니다. 이것이 성육신의 중요한 목적입니다. 성육신의 목적은 만물이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과 화목하게 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하나님께로부터 왔습니다. 하나님은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를 그분과 화목하게 하시고 또한 우리에게 화목하게 하는 직분을 맡겨 주셨습니다. 곧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의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않으시고 세상을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과 화목하게 하셨으며 또한 우리에게 화목하게 하는 말씀을 맡겨 주신 것입니다”(고후 5:18~19).
예수님 십자가의 피는 인간의 죄를 넘고, 인간의 죄에 대한 구원을 뛰어넘으며, 우주 전체의 깨어짐과 분열을 치유하고 회복시키고 화목하게 하는 재물입니다. 성육신의 목적은 인간의 영혼 구원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만물이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과 화목하게 되는 것입니다. 교회의 머리이신 분이 만물을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는 분으로 오셨습니다. 그분의 몸 된 교회 역시 십자가의 피로 ‘화목하게 하는 소명’을 받았습니다.
여러분, 성탄은 단지 교회의 절기가 아닙니다. 성탄은 만물이 하나님 아들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만물의 으뜸이 되신 사건입니다. 만물이 하나님과 화목하게 되는 사건입니다. 그분이 교회의 머리가 되심으로, 교회를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주되심과 성육신하신 목적이 계속이루어지도록 나타내고 계십니다. 교회는 그분의 몸으로서, 세상이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는 일을 감당하게 하려고 우리에게 주신 것입니다. 성육신하셔서 온전한 통치자로 임하신 예수님은 만물의 으뜸이시고, 교회의 머리이십니다. 그분의 통치를 받아들임으로 화목하게 하는 직분을 감당하십시오.
/ 정리 김남원 부장 one@onnu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