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말씀 해설] “…너희 땅에 있는 너희 형제들 가운데 가난하고 궁핍한 사람들에게 손을 펴 도우라”(신 15:11).
맛있는 말씀 해설
“…너희 땅에 있는 너희 형제들 가운데 가난하고 궁핍한 사람들에게 손을 펴 도우라”(신 15:11).
<신명기>는 ‘거룩’에 관한 말씀이다. 거룩은 기본적으로 ‘구별됨’을 의미한다. 그런데 거룩에 관하여 오해하는 것들이 있다. 거룩은 ‘기도를 얼마나 하는가, 예배를 얼마나 드리는가, 헌금을 얼마나 많이 하는가’ 하는 종교적 행위가 아니다. 거룩은 ‘종교적 거룩’이 아니라 ‘일상의 거룩’이다. 다시 말해, 거룩은 종교성에 머무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하나님의 기준과 명령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 속에서 어떻게 그 거룩을 드러내는가?’, 바로 그것이 <신명기>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신명기> 15장은 당시 사회의 약자로 구분되던 이방인, 고아, 과부와 같은 사람들을 돌봐야 할 책임을 강조한다. 이는 오늘날 우리 주변에 있는 연약하고, 궁핍한 사람들을 돌보라는 하나님의 명령과도 연결된다.
우리는 주변에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없기를 바라지만, 사회를 돌아보면 언제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하나님도 <신명기> 15장 11절에서 “이 땅에는 항상 가난한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며, 그런 세상 속에서 “손을 펴서 도우라”고 명령하신다.
모세는 마음과 눈 그리고 손이라는 세 가지 신체 부위를 언급하며 연약한 이들을 돕고 배려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의지를 담은 마음과 그 마음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 실용적인 손을 통해 율법을 우리 현실의 현실, 즉 일상에서 살아가야 함을 뜻한다.
주변에 연약한 자들이 보면 불쌍히 여기거나 동정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단순한 불쌍함이나 동정심을 넘어서 진정한 연민(Compassion)을 가지라고 명령하신다. 진정한 연민은 감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감정 이상의 ‘행동’을 요구한다.
진정한 연민은 예수님의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부터 시작된다. <마태복음> 23장에서 눈먼 사람들이 예수님을 향해 부르짖을 때, <마가복음> 1장에서 나병 환자가 예수님께 무릎 꿇고 애원할 때, <누가복음> 7장에서 외아들을 잃은 여인을 보시고 예수님이 동일하게 느끼셨던 감정이 있다. 각각의 상황은 달랐지만, 예수님은 늘 동일하게 그들을 불쌍히 여기셨다. 여기서 ‘불쌍히 여기다’로 번역된 헬라어 원어 ‘스플랑크니조매’는 ‘창자가 움직인다’는 뜻을 의미이다. 즉, 예수님은 단순한 감정적 동정이 아니라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의 깊이로 연민을 느끼셨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예수님이 그 고통을 느끼는 데서 멈추지 않으셨다는 점이다. 예수님은 진정한 연민으로 눈먼 자들의 눈에 손을 얹으셨고, 나병 환자들의 몸에 손을 대셨으며, 죽은 외아들의 관에 손을 내미셨다.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끼실 뿐 아니라 손을 펴서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셨다. 예수님의 성육신 사건이 바로 그것을 보여 준다. 우리의 죄 가운데, 우리의 연약한 삶 가운데, 친히 찾아오셔서 당신의 손을 내밀어 우리를 만지신 사건이다.
연민의 마음이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는 결코 자연스럽지도, 쉽지도 않다. 우리는 가난하고 궁핍한 자들, 연약한 자들에게 손을 펴서 돕기까지 삶의 관점을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
먼저 예수님처럼 속도를 늦춰야 한다. 바쁜 일상으로 분주해진 삶의 속도는 주위를 돌아보지 못하게 한다. 예수님은 누구보다 바쁘셨지만, 절대 분주하지 않으셨다.
힘듦을 각오하고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예수님이 부정한 자를 만지시고, 죄인과 세리와 함께하실 때 힘듦을 각오하셨다. 그들의 손을 움켜쥐지 않고, 펴는 것은 나의 권리를 내려놓는 일이다. 예수님은 힘듦을 각오하시고, 우리를 위해 왕의 보좌를 포기하시며, 손을 펴신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백성으로 구별된 우리는 마음만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연약한 이들의 필요 가운데로 한 걸음 나아가 손을 펴고 도와야 한다. 그것을 일상에서 이루어 내면서 일상의 거룩을 지키며 사는 성도들이 되기를 기도한다.
/ 양진범 목사(평택온누리교회)
2025-09-27
제155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