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운동] 2024 서울-인천 제4차 로잔대회 평가(2)
특별기고
2024 서울-인천 제4차 로잔대회 평가(2)
2024 서울-인천 제4차 로잔대회 <서울선언>은 총체적 복음의 균형성을 지닌다. <서울선언>은 1차 <로잔언약>, 2차 <마닐라선언>, 3차 <케이프타운서약>의 정신을 이어받았다. 그러면서 오늘날 지구촌의 이슈인 동성애, 지구촌 종족 사이의 분쟁과 갈등, 특히 북한의 기독교 박해, 첨단 디지털 시대의 기술 등을 언급한 것은 선교학적 공헌이다. 그런데 이외에도 중요한 지구촌 이슈인 동성애 차별금지법, 기후변화 이슈, 오늘날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갈등과 분쟁에 대한 하나님의 정의로운 화해와 평화에 관한 언급이 빠져 있다. 이 보편적 이슈에 관한 하나님 선교에 입각한 복음주의적 언급이 요청된다.
<서울선언>의 세 가지 공헌
<서울선언>은 ‘복음’, ‘성경’, ‘교회’, ‘인간’, ‘제자도’, ‘열방의 가족’, ‘기술’이라는 7가지 큰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서울선언>은 다음 세 가지 중요한 공헌을 하고 있다.
첫째, ‘동성애는 죄’(67항, 68항)라는 사실을 명백히 선언하고 있다. 또한 ‘동성애자들에 대한 긍휼과 사랑을 갖고 이들이 성적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상담과 돌봄이 필요하다(68~70항)’고 피력하고 있다.
동성애에 관련한 선언은 9월 22일 온라인에 올라온 <서울 선언> 임시 보도 이후 모호한 표현과 오해될 수 있는 번역상 표현 때문에 국내 단체들의 항의가 제기되었다. 오해를 불식시키는 반동성애적 명료한 표현의 수정문이 9월 24일 온라인에 보도되었다. 동성애를 죄로 보는 데는 한국로잔위원회와 국제로잔위원회가 동일한 견해를 가졌으나 표현방식에 있어서 문화적 차이가 있는 것이 어려움이었다. 그런데도 동성애에 대하여 이 정도의 명료한 표현을 관철한 것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 배경을 가진 복음주의 지도자들의 국제모임을 주최한 한국로잔위의 노력 성과로 보아야 한다. 로잔대회가 서울에서 열렸기 때문에 개최지 이점으로 동성애 죄 선언이 <케이프타운서약>과는 달리 <서울선언>에서는 4항목(67항~70항)에 걸쳐 서술된 것이다. 이것은 <서울선언>이 동성애에 대하여 명료히 죄를 선언한 선교신학적 공헌이다.
또한 <서울선언>은 <케이프타운서약>보다 동성애에 대해 획기적으로 자세히 취급했다. 그래서 필자는 동성애에 대한 <서울선언>이 <케이프타운서약>보다 후퇴했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케이프타운 대회 사전 문서(advance papers)들은 공식문서를 만들기 위해 제출된 개인들의 의견(비공식 문서)에 불과하며, 로잔 본부가 이를 공식문서로 채택하지 않았다. 2010년 <케이프타운서약>에는 동성애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서울선언>에서 “동성애는 죄”라는 선언에 대하여 상세하게 언급하고 있는 것은 <서울선언>의 공헌이라고 말하기에 충분하다.
<서울선언>은 IV ‘인간’, ‘하나님의 형상과 인간의 섹슈얼리티’ 섹션에서 세 항목(56항, 57항, 58항)에 걸쳐 성정체성에 대한 기독교 이해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 성과 젠더를 구분하고, 남성과 여성이 창조의 성정체성이며, 성별 유동성(gender fluidity, 상황이나 경험에 따라 성정체성이나 성별 표현이 바뀐다는 주장)를 거부한다. 그리고 ‘결혼과 독신에 대한 기독교적 이해’ 섹션에서는 8항(59항~66항)에 걸쳐 결혼을 남성과 여성 간의 인격적인 배타적인 몸의 결합(59항)이며, 결혼 외 성관계는 죄라고 선언(60항)하며, 동성파트너십(61항)을 거부하고 있다.
둘째, <서울선언> VI장 ‘열방의 가족’ 77항~85항에서 ‘열방의 가족’에서 지구상 민족들의 갈등, 분쟁을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의 전쟁 등을 언급하면서 민족주의를 조장하거나 신학적 정당성이 없는 갈등을 부당하게 지지함으로써 폭력을 규탄하고 제지하지 못함을 회개한다고 피력하고 있다.
그리고 86항에서 한반도의 부당한 분단, 잊힌 전쟁과 수백만 민간인의 죽음과 트라우마와 분단 현실을 언급하고, 분단 종식과 통일을 염원하고 있다. <서울선언>은 1907년에 있었던 평양대부흥운동을 기억하고, 6.25전쟁을 언급하면서 북한에서 기독교인의 박해가 종식되기를 기원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이 갈등과 분쟁 있는 곳에서 ‘평화의 중재자(peacemaker)’ 역할을 해야 할 것을 선언하고 있다. WCC 부산대회도 언급하지 못한 한반도 북한 기독교인 박해 사실을 언급한 것은 로잔 <서울선언>의 공헌이다.
셋째, VII장 ‘기술’에서 유전공학, 복제, 생명공학, 마인드 업로드, 디지털 미디어, 가상현실,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을 언급하고 있다. 첨단과학기술시대 그리스도인은 기술을 예언자적으로 비판하고 관여하는 디지털 기술의 청지기가 되어 디지털 기술을 복음전파의 수단으로 선용하는 것이 요청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지구촌 사회의 이슈에 대한 적극적인 선언과 책임의 강조는 로잔운동이 단지 복음 전도(preaching Gospel)라는 한 편에 편향되지 않고, 세상 속에서 소금과 빛이 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 충실하며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을 다하는 것이다. 근본주의의 협착성을 피하고, 복음전파의 우선성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총체적 복음(holistic Gospel)을 전하려는 로잔운동의 모습이 잘 드러나고 있다.
<서울선언> 세 가지 아쉬운 점
아쉬운 것은 오늘날 지구촌의 다양한 이슈, 그 가운데 소위 평등법의 탈을 쓴 동성애 차별금지법 반대, 기후변화에 대한 인류의 책임과 행동, 세상 분쟁에 대한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 언급이 빠진 것이다. 그리하여 하나님과 모든 창조물, 민족의 화해에 참여한다는 넓은 선교의 개념을 퇴행시켰다는 지적이 복음주의권 학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제4차 로잔대회에서 진행한 25가지 선교 이슈 트랙 모임의 주제들이 정작 <서울선언>에서는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물론 모든 당면 이슈들을 다룰 수 없다. 필자는 오늘날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긴급한 세계적 과제 중에서 세 가지 중요한 이슈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포괄적(동성애) 차별금지법은 동성애 반대 표현의 자유와 전도의 자유를 훼손시키는 악법이라는 것이 지적되어야 한다. <서울선언>은 97개 조항 중 무려 15개 조항에서 성정체성과 동성애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동성애 죄 언급은 <서울선언>의 큰 공헌이기도 하다. 여기에 머물지 말고, 동성애 차별금지법에 대해 반대 표명을 해야 한다. 동성애 차별금지법은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평등법’으로 통과되어 교회의 전도와 선교에 큰 장애를 초래하고 있다. 평등법 이슈는 한국 교회의 이슈를 넘어 글로벌 이슈다. 로잔운동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반대 표명을 인권 침해로 간주하는 평등법 반대는 분명히 하지만, 이에 대처하는 방식에 있어서 국제로잔 위원들 사이에 문화적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등법(동성애차별금지법)은 오늘날 유럽과 북미 교회의 전도와 선교에 큰 장애가 되고 있어서 한국 교회가 함께 입법 반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둘째,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로 생활 속에서 ‘탄소 제로(Carbon Zero)’ 운동에 대한 참여가 촉구되어야 한다. 2010년 <케이프타운서약> IIB ‘분열되고 깨어진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평화를 이루자’ 장 6항 ‘고통받는 창조세계를 위한 그리스도의 평화’에서 기후변화를 언급하면서 친환경적 소비습관을 채택하자는 내용이 한 페이지 반 언급되었다. 그 후로 14년이 흘러 2024년 제4차 로잔대회에서는 기후변화 대처에 대한 보다 상세한 대응방식을 제시하는 것이 요청된다. 올해 가장 무더운 여름을 지낸 지구촌의 기후변화와 인류의 책임, 탄소제로운동에 관해 언급하는 것이 요청된다.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탄소제로운동 참여는 지구촌 시민의 긴급한 과제다. 이것은 창조세계에 대한 인류의 청지기 사명을 재인식하고 실천하는 것이 된다.
셋째, 갈등하고 분쟁하는 세상에 대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을 통한 하나님의 화해, 정의로운 평화를 선언하는 것이 촉구된다. <서울선언>은 VI ‘열방의 가족’ 장 78, 79, 80, 81, 82, 83, 84, 85항에서 2년째 지속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년째 이어지는 가자지구 전쟁 등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의 길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
팔레스타인, 레바논, 우크라이나, 수단, 신장 위구르 등 지구촌 여러 곳에서 일어나는 분쟁, 억압, 전쟁, 폭력들에서 하나님의 개입과 해결 계획을 바라고 구하는 것은 분명한 선교적 의미를 갖는다. 전쟁을 조장하는 무기의 생산과 분배, 거래에 대해 반대하는 예언자적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 로잔운동은 이들 지역에서 테러 보복, 박해와 살육, 압제가 되풀이하는 세상의 증오와 대결의 정의에 대해서 용서와 화해, 공생, 공존을 통해 세워지는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의 정의를 언급할 필요가 있다.
이 세 가지 중요한 이슈들은 하나님 선교의 관점에서 놓칠 수 없는 것들이다. <서울선언> 최종본에는 오늘날 세계의 중요한 이슈에 대해 성경적이고 복음주의적으로 보완된 언급이 있었으면 한다. <서울선언>은 9월 24일 1차 수정 후에 공개됐으며, 추후 피드백을 반영한 이후 최종 확정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제4차 로잔대회 <서울선언>이 하나의 거룩한 사도적, 보편적 교회의 선언으로서 근본주의로의 퇴각 또는 인본주의로의 이탈이라는 두 가지 비난을 피해갈 수 있는 ‘성경적 복음주의(biblical evangelicalism)의 균형 잡힌 길을 제시해주기를 바란다(계속).
/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2024-10-12
제151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