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Issue) 바로보기!] 젠더 이슈에 대한 해답을 내놓은 로잔 서울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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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이슈에 대한 해답을 내놓은 로잔 서울선언
2024년은 젠더 이슈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해였다. 파리올림픽이 전 세계를 상대로 ‘성별’에 관한 질문을 던졌고, 수많은 사람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줬다. 개막식에서 ‘드래그퀸’으로 불리는 여장남자가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해 신성모독 논란을 일으켰고, XY 염색체를 갖고 있으면서 여자 복싱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이 공정성 시비를 불러오기도 했다.
이제 ‘성’을 새로 정의하려는 시도는 놀라운 일이 아닌 듯하다. ‘성별 이분법’을 유지하는 이성애 중심 사회’를 차별과 혐오의 원천으로 볼뿐 아니라, 동성결혼을 비롯한 다양한 가족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지도 시간이 꽤 흘렀다. 심지어 개인이 자신의 성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까지 권리로 인정하는 국가가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우리 대법원도 2024년 성별 정정 허가에 참고했던 성전환수술 지침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2013년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성전환수술 없이 성별정정을 허가한 이래, 같은 취지의 하급심 판례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인천에서 열린 ‘2024 서울-인천 제4차 로잔대회’가 전 세계를 향하여 젠더 이슈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서울 선언이 ‘하나님의 형상과 인간의 섹슈얼리티’라는 제목으로 무려 15개 조항을 배치해 ‘성정체성, 결혼과 독신, 동성 성관계’에 대한 교회의 전통적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로잔 언약(1974), 마닐라 선언(1989), 케이프타운 서약(2010)에 비해 비중이 상당하고, 표현도 명확하다.
첫째,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특성을 언급한 성(sex) 외에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 연관성을 언급한 젠더(gender)를 언급했다. 그러나, 생물학적 성(sex)과 성별(gender)은 상호 구별할 수 있지만, 분리할 순 없다고 선을 그었고,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성(sexuality)에 대한 왜곡’을 통탄한다고 밝혔다. 개인이 젠더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개념, 성정체성이나 성별 표현이 유동적이라는 개념도 단호하게 거부했다.
둘째, 결혼을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의 독특하고 배타적인 언약 관계’로 정의하고, 결혼의 범위를 벗어난 성관계는 창조주의 설계와 의도를 위반하는 ‘죄악’이라고 선언했다. 동성 파트너십을 성경적으로 유효한 결혼으로 정의하려는 교회 내 모든 시도를 ‘애통’이란 표현으로 반대했다. 다만, 결혼한 사람과 독신자 모두 창조주의 뜻을 온전히 성취할 수 있으므로, 이들 모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셋째, 동성 간의 성관계에 대한 성경의 모든 언급(창 19:1~3, 레 18:20, 20:13, 롬 1:24~27, 고전 6:9~11, 딤전 1:9~11)은 하나님의 의도를 위반하고 창조주의 선한 설계를 왜곡하는 ‘죄악’으로 귀결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교회 안팎의 일부 사람들이 동성에 대한 끌림을 경험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목회적 돌봄과 제자 훈련 지원이 필요함을 촉구했다.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을 부여받은 인간의 정의에 관하여, 특히 남성과 여성의 구분에 관하여 어느 시대보다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동성 성관계를 죄악으로 보는 기독교인의 규범적 자각을 차별과 혐오로 프레임하고, 거센 동조압력을 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독교에 대한 문화적 박해에 이어 제도적 박해의 움직임까지 보이는 현실이다. 자기 선언에 기반한 성의 결정, 결혼과 가족제도의 급격한 해체에 관하여 어떻게 대응할지를 결정해야 할 중대한 상황에 봉착해 있다.
그러나, 성별까지도 개인이 결정하는 ‘극단적 주관화 경향’에 대하여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원래 인간의 역사는 죄의 구조 속에서 타락을 거듭해 왔고, 하나님의 구속은 시대마다 정확하고 신실하셨다. 다만, 기독교인들이 성경의 진리를 공격하고 함부로 왜곡하는 현상에 관하여 침묵만 할 수는 없다. ‘트랜스 포비아’라는 사회적 낙인을 넘은, 법을 통한 특정 가치의 주입에 관하여는 구체적 대안과 확실한 지침이 필요하다.
올해 들어 미국 정부는 ‘남성과 여성, 단 두 가지 성별만 존재한다’고 공표했다. 트렌스젠더리즘의 거센 흐름에 제동을 걸었다. 로잔대회에 참가한 교계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성정체성, 결혼과 독신, 동성 성관계’에 관한 서울 선언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국제 포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연합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서울 선언이 온 세상에 진리의 빛을 환하게 비추는 등대이길 기도한다.
/ 이은경 변호사(OCC공동체. 법무법인 산지 대표변호사, 사단법인 크레도 대표이사)
2025-03-15
제153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