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학부모님과 교사들께] 어린아이
크리스천 학부모님과 교사들께
어린아이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어린아이들을 내게 오게 하라. 그들을 막지 말라. 하늘나라는 이런 어린아이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마 19:14).
누구나 어린 시절을 보내지만, 어른이 되면 아이가 어떤 사람인지를 잊는 듯합니다. 어리고, 키가 작고, 뭐든 서툴고 실수만 하는 게 어린아이일까요? 예수님이 ‘하늘나라는 어린아이 같은 사람들의 것’이라고 하실 때 그 모습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초등학생 아이들을 가르치며 느낀 몇 가지를 나눌까 합니다.
우리 반 한 아이는 매일 자전거를 타고 등교합니다. 저는 걸어서 출근하는 터라 건널목에서 그 아이를 가끔 마주칩니다. 어느 봄날, 건널목에서 마주친 아이에게 “00야, 자전거 탈 때는 헬멧은 써야 안전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 아이는 “다른 애들도 다 안 쓰고 다녀요”라고 말하며 휙 가버렸습니다. 며칠 뒤, 다시 이야기했을 때는 “헬멧, 그거 어디에 있는데요?”라고 묻더군요. 그래서 “집에 있는지 먼저 찾아보고, 없으면 부모님께 사달라고 해야지”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교실에서도 몇 번 더 헬멧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른 더위가 시작된 6월 어느 아침, 건널목에서 다시 만난 아이는 하얀 헬멧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00야, 이렇게 더운데도 선생님 말 듣고 헬멧 쓰고 자전거 타서 고마워”라고 말했습니다.
어린아이들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말씀을 정말 귀담아듣고, 마음에 깊이 새깁니다. 제 딸아이도 중학교 3학년 때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엄마, 나 7살 때 엄마가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나중에 할머니 될 때 허리가 굽는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유치원에서 연극 볼 때, 허리 펴는 데 신경 쓰느라 내용이 기억이 안 나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했던 말이 정확한 정보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아이는 엄마의 말을 온몸으로 새겨듣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다릅니다. 자기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을 신념 삼아 지키며 그것을 토대로 자신만의 성을 견고하게 쌓아갑니다. 그러므로 어른들에게 무언가 변화를 요구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죠.
제가 학교에 다니며 느끼는 즐거움 중 하나는 매일 메뉴가 바뀌는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랍니다. 어느 날은 ‘달걀볶음밥과 자장소스, 소시지와 감자구이, 깍두기, 요구르트’가 나왔습니다. 제가 받기 시작하자 아이들이 서로 말합니다. “선생님은 2배!” 그렇게 배식을 받는데, 소시지와 감자구이 배식을 담당하던 여자아이가 저에게 소시지를 무려 6개나 주는 겁니다. 보통 아이들에게는 2개씩 주는 건데 말이죠. 그 아이 표정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이 소시지 진짜 맛있어요. 많이 드세요. 특별히 많이 드리는 거예요.’ 아이들은 소시지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 좋아하는 음식을 이 아이는 저에게 정말로 ‘특별히’ 많이 준 거예요. 저는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알기에 “고마워”하고 돌아와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렇게 어린아이들은 좋은 것도 아낌없이 나눠주고, 자기 일이 다 끝나지 않아도 친구를 도와줍니다. 늦게 나오는 친구를 기다려주고, 가족과 재밌게 다녀온 곳을 서로에게 이야기해 줍니다. 그런데 보통의 많은 어른은 자기가 더 얻고, 더 많이 받고, 더 많이 모으는 데 집중합니다. 때로는 불법적으로, 다른 사람의 권익을 침해하면서도 말이죠.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힘들 때도 많지만, 이렇게 보석 같은 순간을 만날 수 있어서 늘 감사합니다. 제가 무거운 걸 들고 있으면 달려와 도와주는 아이, 힘들다고 말하면 어깨를 주물러주겠다고 나서는 아이, 사탕을 주고 싶어서 껍질까지 까서 내미는 아이 등 저를 웃음 짓게 하는 아이들이 참 많습니다. 방송에서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이를 상담하고 치료하는 프로그램이 자주 방영되곤 합니다. 매주 놀랍도록 다양한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그런 모습을 보면 안타까울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제가 교실에서 느끼는 건 하나님이 지으신 모습 그대로의 아이는 기꺼이 변화하고, 가진 것을 잘 나눠준다는 것입니다.
아이다운 말이나 행동을 보는 순간 ‘아, 참 아름답구나’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천국 입장권을 받은 어린아이를 항상 가까이서 보고 배우는 특권을 받으셨습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려울 때도 있겠지만, 하나님이 사랑하는 어린아이의 보석 같은 모습을 발견하고 배우며 오늘도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 최민혜 교사(부천온누리교회, 석천초등학교, <야누시 코르차크 아이들을 편한 길이 아닌 아름다운 길로 이끌기를> 저자)
2025-09-19
제155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