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에세이] 하나님의 위대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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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위대하심
2022년, 내가 OSOM 32기 훈련을 받던 중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시작됐다. 나는 러시아 MK(선교사의 자녀)다. 러시아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는 믿기 힘든 뉴스였다. 그 뉴스를 접하고 얼마 뒤 당시 안산M센터 소속이었던 나에게 노규석 목사님이 연락하셨다. 폴란드에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촌을 방문했는데, 그곳에 선교사가 필요하다며 러시아어를 할 수 있는 우리 가정이 그 땅에 가기를 권유하셨다. 나는 러시아 MK로서 러시아 말고 다른 나라 선교사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아내 최지은 선교사와 함께 기도하며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해 선교하기로 했다. 선교사 파송장도 없이 6개월 선교 기간을 정하고 급하게 현장에 왔다.
6월 28일 우크라이나에 도착해서 난민 수용소와 난민 쉼터 사역을 시작했다. 이 사역은 바르샤바에서 우크라이나 난민을 섬기고 있던 바르샤바한인교회 난민선교팀에 합류해서 진행했다. 그 이후 사역을 확장하면서 엄마의 집, OSSA 고아원, 우쯔 고아원 사역까지 하게 되었다.
6개월이 금세 지나갔는데,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 부부는 TIM(두란노국제선교회) 본부로 소속을 옮기고, 폴란드에서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섬기는 선교를 하게 되었다. 지난 2년 4개월 동안 우리는 여러 곳을 다니며 다양한 사역을 했다. 아웃리치팀 HUB, 여호수아, 갈렙, J4U, 포인트5, 하늘공동체, FA, TP 선교사들과 함께 사역했다.
우리가 처음 우크라이나에 왔을 때 교회 개척 사역은 짧은 기간에 할 수 없어서 기도제목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2022년 7월 17일, 난민 쉼터에 계신 사람들, 난민 수용소에서 복음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과 함께 이름도 없이 교회를 세웠다. 난민선교팀 10여 명과 쉼터에 있던 우크라이나인 10여 명이 함께 첫 예배를 드렸다. 난민수용소와 고아원에도 교회가 세워졌다. 하나님은 우리가 가는 곳마다 그분의 주권으로 예배공동체를 세우셨다. 그 이후에는 다양한 곳에서 모인 우크라이나 난민들과 ‘하나님의 평화 교회’라는 이름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었다. 하나님의 평화 교회 성도 70%가 새신자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에는 11명이 세례를 받았고, 올해 8월에도 3명이 세례를 받았다. 그저 K-문화를 좋아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눈을 감고 두 손을 들고 하나님을 예배한다. 고아원에서 욕설을 하고 반항적이던 아이들의 눈빛이 바뀌었고, 노방전도하다 올드타운에서 만난 청년 4명은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기를 소망한다. 그들은 쉽지 않은 실제적인 결단을 하면서 복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중년에 예수님을 만난 분들도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구하며 나아가고 있다. 한인 성도들이 주축이 되어 섬기던 하나님의 평화 교회가 이제는 우크라이나 성도들이 주축이 되었다.
하나님의 평화 교회에는 전쟁으로 인해 돌아갈 가족과 집을 잃거나 자신이 다니던 교회가 러시아군 행정 업무 건물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있다. 또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거나 전쟁에 나갔다가 알코올 중독자가 된 남편을 둔 아내들도 있다. 모두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인해 지치고, 어떤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 채 살고 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하나님의 선하심을 선포하고, 예수 그리스도만이 소망 되심을 노래하며 기뻐하고, 하나님의 평화를 구하고 있다.
전쟁은 백해무익하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예수님을 알게 된 것이 은혜와 감사의 제목이라고 고백하는 전쟁 피난민들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경배할 뿐이다.
지금 나는 하나님의 평화 교회, OSSA 고아원 교회, 우쯔 고아원 교회까지 총 세 교회의 위임 목사로 섬기고 있다. 모든 사역은 하나님의 평화 교회 성도님들과 함께 팀을 이뤄 하고 있다. 우리는 그저 하나님이 부르신 땅에 있을 뿐이고, 모든 것은 우리를 부르신 분이 하셨다. 오직 하나님만 영광 받으시기에 합당하다.
/ 최베드로 선교사 (우크라이나)
2024-10-19
제151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