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진중 세례, 그 깊고 참된 의미! 가장 깊은 차원의 복종과 가장 진실한 순종
[특별기고]
진중 세례, 그 깊고 참된 의미!
가장 깊은 차원의 복종과 가장 진실한 순종
한여름 땡볕 아래 한 예배당에서 찬양 소리가 울려 퍼진다. 햇볕에 까맣게 그을린 거칠고 목쉰 훈련병들의 목소리다. 그들의 목소리엔 무언가를 간절히 붙잡고자 하는 갈망이 있었다.
지난 7월 12일 5사단 신병교육대 예배당에서 진중 세례식이 열렸다. 세례를 받은 119명의 병사는 옛사람이 아니고 새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 장병들이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했기 때문이다. 진중 세례식은 단순한 형식이 아니다. 인생의 가장 치열한 시기, 가장 연약한 순간 내린 가장 굳건한 결정이다. 사도 바울은 <디모데후서> 2장 3~4절에서 이렇게 권면한다.
“너는 그리스도 예수의 좋은 병사로 나와 함께 고난을 받으라. 병사로 복무하는 자는 자기 생활에 얽매이는 자가 하나도 없나니 이는 병사로 모집한 자를 기쁘게 하려 함이라.”
군대는 세상에서 가장 명확한 위계와 권위가 존재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복종’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며, ‘책임’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그 안에서 청년들이 예수님을 ‘구주’로 고백하는 것은 곧 가장 깊은 차원의 복종과 가장 진실한 순종을 의미한다. 바울의 말처럼, 자기를 모집하신 이, 곧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려는 결단이 진중 세례에 담겨 있다.
진중 세례, 믿음의 근육 단련하는 그 첫걸음
입대 전까지 이 청년들은 어쩌면 세상의 쾌락과 욕망, 그리고 자기중심의 삶에 익숙했을 것이다. 그러나 낯선 환경, 절제된 생활, 외로움, 반복되는 훈련 속에서 인간의 연약함과 한계와 마주하게 된다. 바로 그때, 복음이 그들의 마음을 파고든다. 생명의 말씀이 그 속에 뿌려진다. <사도행전> 2장 37절에서 오순절 성령강림 이후 사람들이 “형제들아 우리가 어찌할꼬?”라고 탄식했듯이, 군 생활이라는 삶의 광야에서 복음은 장병들에게 더욱 날카롭고 생생하게 다가온다.
진중 세례를 받는 훈련병은 단순히 종교를 갖는 게 아니다. 그들은 혈기 왕성한 시기에 삶의 주인을 자발적으로 하나님께 맡기는 놀라운 결단을 하는 것이다. 이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가장 불안정한 시간에 가장 확고한 선택을 하고, 가장 힘든 공간에서 가장 복된 소식을 받아들인 이들이 얼마나 대견하고 귀한가.
세례는 회개와 결단의 표시다. 예수님이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시며 공생애를 시작하신 것처럼, 이들 또한 진중 세례를 통해 복음 안에서 새 인생을 시작한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고후 5:17)는 말씀처럼, 진중 세례를 받는 청년들은 과거의 죄와 허물을 물속에 담그고, 새 생명으로 다시 일어난다.
군 생활은 한 개인의 인격을 새롭게 빚는 시간이며, 동시에 신앙의 기초를 세우는 놀라운 기회다.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철저한 공동체 생활’, ‘규율 속의 질서’, ‘자기 통제의 훈련’이 그리스도인의 삶에 꼭 필요한 훈련으로 다가온다. 그러므로 진중 세례는 단순한 신앙의 출발이 아니라 믿음의 근육을 단련하는 신실한 여정 그 첫걸음이다.
군 선교, 가장 실제적이고 전략적 기회
한국의 복음화율이 20% 초반에서 정체된 지 오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군대는 복음화율이 가장 높은 공간 중 하나다. 일시적으로나마 한국의 거의 모든 청년 남성이 이 ‘공동 공간’에 들어오고, 그곳에서 군 선교사나 군종 목사를 통해 복음을 접하게 된다.
군 선교는 단순히 ‘군에서 전도하자’는 사역이 아니다. 이것은 한국 교회가 다음세대를 세우는 가장 실제적이고, 전략적인 기회이다. 군 선교는 곧 청년 사역이며, 미래 교회의 지도자들을 예비하는 제자훈련의 장(場)이다. 예수님이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 삼아 세례를 베풀고”(마 28:19)라고 명하신 말씀에 가장 실질적으로 순종하는 장소가 바로 군대이다.
군대에서 복음을 접한 이들이 제대 이후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 교회의 일꾼으로, 믿음의 가장으로, 직장의 신실한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한다. 이런 점에서 군 선교는 단지 전도가 아니라 한국 사회를 복음으로 회복시키는 사역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다.
“공동체를 깨운다!”
진중 세례의 파급력
군대에서 세례받는 것은 개인의 결단이자, 공동체에서의 공개적 고백이다. 이것은 요즘 시대에 점점 줄고 있는 ‘공적 신앙’ 훈련이다. 교회에서도 신앙을 말하기를 꺼리는 이들이 많아진 이때, 훈련병들이 수백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다. 마치 <로마서> 10장 9절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네가 만일 네 입으로 예수를 주로 시인하며 또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네 마음에 믿으면 구원을 받으리라.”
이 고백은 공동체를 깨운다. 동기 중 몇몇이 먼저 믿음을 고백하면 그 울림이 다른 이들에게도 전달된다. 영적 각성이 일어나고, 부대 안에 ‘믿음의 불씨’가 옮겨붙는다. 주일예배에 참여하는 병사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결국 한 중대, 한 대대가 변하는 일도 있다. 이것이 바로 진중 세례의 파급력이다.
군 선교 현장은 여전히 부족하다. 인력도, 재정도, 기도도 모자란다. 그러나 이 사역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한국 교회의 미래를 꿈꾼다면 이 젊은이들이 영적으로 바로 서도록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들이 제대 이후 세상 속으로 돌아가더라도, 그 마음에 복음이 뿌리내렸다면 그들의 삶은 반드시 열매 맺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광야에서 백성들을 훈련 시키셨고, 바울도 아라비아 광야에서 3년을 머물며 준비했다. 각 사단 신병교육대와 각 군 교육사 및 각지의 군부대는 그와 같은 영적 광야이며, 하나님이 청년들을 빚어가시는 거룩한 훈련장이기도 하다.
영적 전쟁터에서 하나님께 돌아오는 승리의 선언
진중 세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 전쟁터에서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승리의 선언이다. 훈련병들의 땀과 눈물 위에 성령의 은혜가 적셔지고, 그들 안에 복음이 살아 숨쉬기 시작한다. 그러니 우리는 이들을 격려해야 한다. “너는 참 잘하고 있는 거야! 하나님께 돌아온 너는 이 세상 어떤 무공훈장보다 귀한 영적 승리자야!”라고 말해줘야 한다. 그리고 계속 기도해야 한다.
“주여, 이 청년들이 군복을 벗은 뒤에도, 구원의 갑옷은 절대 벗지 않게 하소서.”
/ 안상헌 장로(한강공동체, 군선교팀)
2025-08-02
제155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