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신문 - “목사님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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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2019-10-06      제12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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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0월 9일은 한글날 

우리가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잘못 쓰고 있는 표현들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한글을 아끼고, 정신 기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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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9일(목)은 573돌 맞는 한글날이다.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고도 불리는 한글은 세종대왕 25년(1443년)에 완성해서 3년 동안 시험기간을 거쳐 세종 28년(1446년)에 세상에 반포되었다. 
“우리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로는 서로 통하지 않으니… 이를 위해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니 사람마다 쉽게 배우고 익혀 쓰기에 편하게 하고자 한다.”
한글은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다. 세종대왕이 주도해서 창의적으로 만든 문자다. 세계 문자 역사상 그 짝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지극히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문자이다. 한국의 보물 중의 보물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그 보물을 허투루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요즘 인터넷과 방송 매체를 보면 한글 훼손 현상이 매우 심각하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줄임말은 기본이고, 어느 나라 말인지 구분 못 할 외계어가 범람하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인싸용어’라는 말이 문화현상으로까지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고 있는 표현들은 또 어떤가? 사물에게까지 존칭을 쓰는 잘못된 높임말 사용하고 있다. 한글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한글을 아끼는 것이고, 위대한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정신을 기리는 것이다.  
/ 정현주 기자 joo@onnuri.org
 
 
한글은 현존하는 지구상의 문자 중에서 유일하게 그 기원과 만든 인물이 밝혀진 문자이다. 한글의 진가는 한국인보다 외국인들이 더 잘 알고 있다. 메릴랜드대학 로버트 램지 교수는 “세계에서 이보다 뛰어난 문자는 없다”고 극찬했고, 영국의 역사 다큐멘터리 작가 존 맨은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고 했다. 또 소설 <대지>의 작가 펄 벅은 한글을 “24개 단순한 알파벳과 몇 가지 조합 규칙만으로 무한에 가까운 소리를 표현해낼 수 있는 놀라운 언어”라고 했고, 레어드 다이아몬드 교수(UCLA)는 과학전문지 <디스커버리>(1994년 6월호)에서 “한글은 독창성이 있고, 기호 배합 등 효율 면에서 특히 돋보이는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이며, 또 한글이 간결하고 우수해 한국인의 문맹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고 평가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세계 모든 문자 순위를 매겼는데 1위가 바로 한글이었다. 그 이유는 10개의 모음과 14개의 자음을 조합해서 약 8천개의 소리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일본어는 300개, 중국어는 400여 개 소리밖에 표현하지 못한다. 그러나 한글은 소리 나는 것은 모두 쓸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다. 이처럼 한글만큼 우수한 문자가 없다고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수하고 독창적이며 과학적이고 간결한 문자인 한글이 너무 많이 오염되고 훼손되고 있다.   
 
이 한글 뜻 아시나요?
 
‘떡상, JMT, 별다줄, 낫닝겐, 비담, 좋못사…’ 
흔히 말하는 ‘인싸용어’ 들이다. 인싸는 ‘인사이더’의 줄임말로 무리에 잘 섞여 노는 사람, 인싸용어는 인싸들이 쓰는 용어를 뜻한다. 요즘 청소년들이 많이 쓰는 인터넷 신조어나 줄임말 등이 모두 인싸용어다. 떡상은 ‘가격이나 상태가 급격히 올라가는 것’, JMT는 ‘존맛탱’(굉장히 맛있다), 별다줄은 ‘별걸 다 줄인다’, 낫닝겐은 ‘not+닝겐(にんげん, 인간의 일본어)’의 합성어로 외모나 능력 따위가 아주 뛰어나 인간이 아닌 것 같은 인간을 의미한다. 비담은 ‘비주얼담당’, 좋못사는 ‘좋아하다 못해 사랑하다’를 줄여 이르는 말이다. 인싸용어는 그 종류가 무궁무진하다. 이 문장을 한번 읽어보고 해석해보자.  
“지금 TMI 때문에 갑분싸 됨요.”
“ㅇㄱㄹㅇ?” “ㄹㅇ” “ㅇㅈ?” “ㅇㅇㅈ” “ㅂㅂㅂㄱ”
이 문장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면 인싸일지도 모른다. TMI는 ‘Too Much Information’(너무 과한 정보), 갑분싸는 ‘갑자기 분위기 싸해지다’의 약자이다. 이 문장을 해석하면 ‘알고 싶지 않은 과한 정보 때문에 분위기 싸늘해졌다’는 뜻이다. 두 번째 예문은 “이거 레알?” “레알” “인정하는거지?” “응 인정” “반박불가”라는 의미다. 
요즘 청소년들의 SNS에는 이와 같은 정체불명의 줄임말과 영어인지 일본어인지도 구분 못 할 외계어들이 넘쳐나고 있다. 시대의 유행에 따라 언어의 의미가 변화하기도 하고, 또 신조어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문장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줄임말과 출처도 모를 말을 만들어내는 것은 심각한 한글 훼손이다. 
 
높여야 할 대상은 사물이 아니라 사람
 
“궁금한 점이 계시면 문의해주세요”, “커피 나오셨습니다”, “뜨거우시니까 조심하세요”, “거스름돈 3천원 나오셨습니다”, “이 구두는 볼이 넓으셔서 발이 편하세요”, “이 상품은 품절되셨습니다”, “고객님, 이 상품은 세일 중이세요”… 
어디서 한번쯤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언젠가부터 카페나 백화점, 홈쇼핑 등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말이 불편하기 시작했다. 비문법적인 과대 존경 표현 때문이다. ‘-시-’는 어떤 동작이나 상태의 주체가 화자에게 사회적인 상위자로 인식될 때 그와 관련된 동작이나 상태 기술에 결합하여 그것이 상위자와 관련됨을 나타내는 어미다. 쉽게 말해 존재의 대상을 높이는 어미이다. 따라서 사물에 ‘-시’를 붙이는 존대법은 잘못된 표현이다. 
“이 상품은 반응이 너무 좋으세요”, “주문하신 상품이 나오셨습니다”는 말은 무심코 들으면 매우 정중한 표현처럼 들리지만 고객보다 판매하고 있는 상품을 높여 부르는 것으로 도리어 고객을 무시하는 말이 된다. 높여야 할 대상은 사물이 아니라 사람이다. 이와 비슷한 의미로 ‘있다’와 ‘계시다’도 잘못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계시다’는 ‘있다’의 높임말로 동물이나 사물에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 “할머니께서 집에 계신다”처럼 사람에게 사용해야 한다. “부탁의 말씀이 계셔서 도와드렸습니다”, “목사님 말씀이 계셨다”라는 표현을 종종 쓰는데 ‘말씀’은 사람이 아니므로 ‘계시다’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부탁의 말씀이 있으셔서 도와드렸습니다” 혹은 “목사님 말씀이 있으셨다”라고 표현해야 한다.  
 
틀리기 쉬운 맞춤법
 
지금은 인터넷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쉽게 글을 올리고 읽을 수 있는 시대다. 문제는 글을 자주 쓰고 올리면서 맞춤법 실수가 너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떻하지… 라면 또 먹었어…”
어느 유명 가수가 자신의 SNS에 ‘어떡하지’를 ‘어떻하지’라고 써서 글을 올렸다. ‘어떻게’는 ‘어떠하다’가 줄어든 ‘어떻다’에 어미 ‘-게’가 결합해 부사적으로 쓰이는 말이고, ‘어떡해’는 ‘어떻게 해’라는 말이 줄어든 말이다. 이 상황에서는 ‘어떡하지’ 혹은 ‘어떻게 하지’라고 써야 올바른 표현이다. 지난 2013년에는 사진 한 장이 뜬금없이 ‘아이돌 출산설’을 만들었다. 좋아하는 가수가 아픈 것처럼 보이는 사진을 보고 팬이 댓글에다 ‘낫다’가 아니라 ‘낳다’라고 쓴 것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면서 아이돌 출산설로 이어진 것이다. 해당가수는 ‘낳다’가 아니라 ‘낫다’임. 뭘 그렇게 낳아”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틀리기 쉬운 맞춤법도 너무 많다.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한글 맞춤법> 제27항 “어원이 분명하지 아니한 것은 원형을 밝히어 적지 아니한다”에 따라 ‘몇일’이 아니라 ‘며칠’이라고 써야 맞는 표현이다. ‘며칠’의 경우 ‘몇+일’로 분석하여 그 표기가 ‘몇일’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잘못된 분석이다. 이밖에도 곱빼기(←곱배기), 곁땀(←겨땀), 게거품(←개거품), 범칙금(←벌칙금), 띄어쓰기(←띄워쓰기), 족집게(←쪽집게), 단말마(←단발마) 등이 있다. 
언어(말)는 단순한 의소소통 기능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민족의 역사와 정신이 담겨있다. 우리가 한민족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한글 덕분이다. 분단국가이면서도 남북이 하나의 민족이라 일컫는 것도, 캐나다에서 프랑스어를 쓰는 퀘벡 주가 분리운동을 하는 것도 언어 때문이다. 충격적인 것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언어가 6천여 개인데 2주에 한 개 꼴로 소멸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소중한 우리 한글,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한글을 아끼는 것이고, 그 역사와 정신을 기리는 것이다 
“구부러진 말을 네 입에서 버리며 비뚤어진 말을 네 입술에서 멀리하라”(잠 4:24). 
 
<전문가 기고> 
 
한글 아끼고,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
언어 사용에 세심하게 주의해서 올바로 쓰려고 노력해야 
 
 
인간은 언어를 사용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공동체를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언어는 그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게 된다. 즉, 언어는 해당 사회의 모습이나 특성을 드러내며, 경우에 따라 언어가 사회 변화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언어에는 지역, 인종, 나이, 계층, 신분, 성별, 직업, 이념 등에 따른 사회적 특성이 드러나 있다. 언어는 기호성, 자의성, 사회성, 역사성, 규칙성, 창조성 등 6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또한 언어는 정보적, 정서적, 친교적, 명령적, 미적 기능 등 5가지 기능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마다 사사건건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은 매우 피곤한 일이다. 그래서 그 어떤 제재가 필요 없는 대화 파트너와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특수한 환경이나 정중함이 필요한 순간에는 누구나 언어 사용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올바로 쓰려고 노력하기 마련이다. 
 
올바른 높임말 사용법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계층화된 우리말의 높임말과 낮춤말, 그리고 예삿말이다. 적절한 높임 표현을 통해 상대를 존대하는 우리말의 섬세함은 이미 다른 언어권에도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그 후한 평판에 걸맞지 않는 우리들의 민망한 실수 때문에  실소가 새어 나올 때가 있다. 
첫째, 주체상실 존대이다. 얼마 전 건강종합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간 일이 있었다. 검진 코너마다 친절한 직원의 안내가 있어 어렵지 않게 검진을 잘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직원들의 친절한 안내 멘트가 거슬리기 시작했다. 
“이쪽으로 오실게요”, “수납 먼저 하고 오실게요”, “잠시 기다리실게요”, “피검사 하실게요”
‘-ㄹ게요’는 말하는 사람의 의지가 담긴 말이다. “제가 할게요” 혹은 “제가 바로 갈게요”처럼 자신의 의지가 분명히 드러날 때 써야하는 어법이다. 다시 말해서 “이쪽으로 오실게요”처럼 주체가 상실이 된 존대는 우리말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다. “이쪽으로 오실게요”는 “이쪽으로 오세요”, “잠시 기다리실게요”는 “잠시 기다려주세요”, “이쪽으로 주차하실게요”는 “이쪽으로 주차하세요”로 순화시켜야 한다.  
둘째, 천사(天使)행세 존대이다. 우리말 ‘돕다’는 남이 하는 일이 잘 되도록 거들거나 힘을 보탠다는 뜻이다. 혹은 위험한 처지나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계산대에서 흔히 직원이 손님에게 “손님,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들 한다. 직원이 손님을 대신해서 돈을 내주는 상황은 분명 아닐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직원이 마땅히 할 일을 도와준다고 표현하는 것도 매우 어색한 표현이다. “자리 안내 도와드리겠습니다”는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주문도와드리겠습니다”는 “주문받겠습니다/주문하시겠습니까?”, “계산도와드리겠습니다”는 “계산하시겠습니까?”로 말해야 적절한 어법이다. 
셋째, 사물(事物) 존대이다. 아무리 귀중한 물건과 돈이라고 하더라도 사물에게까지 높임선어말 ‘-시’를 남용하는 것은 듣는 사람을 매우 불편하게 만든다. “고객님, 그 상품은 방금 품절되셨습니다. 대신 다른 상품이 있으세요”와 같은 홈쇼핑 상담원의 전화응대는 자사 상품을 너무나 귀하게 생각한 나머지 상품을 고객 위에 올려놓는 우를 범하는 모양새다. 이외에도 “화장실은 복도 끝에 있으세요”는 “화장실은 복도 끝에 있습니다”, “이번 주부터 특별새벽기도회 기간이세요”는 “~ 기간이에요”, “음료 나오셨습니다”는 “음료 나왔습니다”로, “주차비 3천원이세요”는 “주차비 3천원입니다”, “궁금한 점이 계시면 말씀해주세요”는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장로님의 인사말씀이 계시겠습니다”는 “장로님의 인사말씀이 있겠습니다”로 순화시켜야 할 것이다. 
 
이렇게 사용해야 옳다
 
우리말에는 총 세 가지 높임법이 있다. 첫째, 존경법이다. 주어를 높임으로써 행동의 주어를 존경하는 의미를 나타내는 주체 존대법이다. 둘째, 겸양법이다. 겸손하게 사양하여 대상을 높이는 객체 존대법이라고도 한다. 셋째, 공손법이다. 상대를 높임으로써 상대를 공손하게 대하는 높임법이다. 
“저희 교회는 매달 마지막 주에 자가용을 가져오지 않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모 교회에 갔더니 환경도 생각하고 이웃도 생각하는 자발적 불편함을 실천하자는 광고가 나왔다. 캠페인 자체야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저희 교회’ 대신 ‘우리 교회’라는 정확한 대명사가 주체어로 쓰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 광고를 말하고 듣는 모든 청중은 다 같은 교회 구성원이기에 마땅히 ‘우리’ 교회가 되어야 한다. 자기와 듣는 이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 ‘우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말하는 이와 듣는 이, 또는 자기와 듣는 이를 포함한 여러 사람을 가리키는 1인칭 대명사로,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가장 따뜻한 우리말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 우리 교회, 우리 학교, 우리 회사, 우리 동네, 우리 엄마… 종종 상대방을 높이기 위해 정중한 표현으로 ‘저희’를 쓰기도 하지만 이는 잘못된 사용법이다. 위아래가 없는 국가 간에는 나라 앞에 결코 ‘저희’를 놓을 수 없다. 상대가 외국이나 외국인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언어 습관에 배어 있는 현학적(衒學的; 스스로 자기 학문이나 지식을 뽐내는)인 표현은 자칫 자신의 무지함을 드러낼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교계에서 많이 사용하는 ‘증경’이란 말이 그런 예에 해당된다고 본다. 교단 총회 등 교계 지도자들 모임에서 총회장을 지낸 분을 소개할 때 ‘증경총회장 OOO입니다’라고 한다. 증(曾)은 ‘이미, 일찍이’, 경(經)은 ‘지내다’로 ‘이미 지냈다’는 말이다. 증경(曾經)이란 말은 중국 당나라 노조린이란 사람이 쓴 고시에 처음 등장한다. 그의 장안고의(長安古意)라는 시에 ‘증경학무도방년(曾經學舞度芳年)’이라는 내용이 있는데 ‘일찍이 춤을 배우느라 젊은 시절을 보냈다’라는 의미다. 전임 총회장을 비롯해서 전임자를 존중하고 높이는 의미로 사용하는 말이 ‘젊은 시절 춤 배우느라 시간 보냈다’는 증경이란 단어가 어울릴까? 더욱이 이 단어는 국립국어원이 발행하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없다. ‘증경국무총리’, ‘증경대통령’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증경이란 말을 ‘전임’ ‘이전’이라는 말로 고쳐 ‘전 총회장’, ‘전 노회장’으로 부르면 된다.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사회는 불교와 유교의 영향을 받아왔다. 이들 문화의 잔해는 기독교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상당수의 불교 및 유교 용어들이 교회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말이다. 장례식장에서 조문하면서 유족을 위로할 때 흔히 하는 인사말이다. 장례예배를 인도하는 목회자들도 종종 “잠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침묵으로 기도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이 말은 기독교적 표현이 아니다. ‘명복(冥福)’은 불교에서 온 말이다. 죽은 사람이 가는 곳을 명부(冥府)라고 하는데, 명부에는 사후세계를 다스리는 염라대왕이 살고 있고 죽은 사람은 이곳에서 심판을 받게 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것은 죽은 사람이 명부에 가서 염라대왕으로부터 복된 심판을 받아 극락에 가게 되기를 기원한다는 뜻이다. 불교의 내세관에서 비롯된 불교의 신관을 그대로 담고 있는 말이다. “하나님의 위로가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 혹은 “부활의 소망을 가지시기 바랍니다”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글은 전 세계 언어 중에서 유일하게 반포일과 만든 이, 창제원리를 알 수 있는 문자이다. 많은 이들이 그 독창성과 우수성에 감탄한다. 가장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언어이자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으로 가득 찬 문자이다. 세계에서 가장 배우기 쉬운 알파벳이라며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최근 전 세계인들에게 각광 받고 있는 K-POP의 흥행 원인도 사람의 섬세한 마음까지도 정확하게 표현하는 한글의 저력에 있다고 보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글을 바르게 표현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 세종대왕의 후예로서의 당연한 마음가짐 아닐까? 말씀으로 창조하시고, 말씀으로 소통해주시는 하나님의 가장 큰 선물이 언어임을 인정한다면 언어를 보듬고 아껴야 할 책임 또한 우리에게 있다. 
/ 곽상학 목사(양재 차세대, 前 고교 국어교사)

<발문>
“말씀으로 창조하시고, 말씀으로 소통하시는 
하나님의 가장 큰 선물이 언어임을 인정한다면, 
언어를 보듬고 아껴야 할 책임 또한 우리에게 있다.” 

 작성자   정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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