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신문 - “내가 왜 자해를 하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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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자해를 하냐고요?”

 2019-03-24      제12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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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교회가 다음세대를 지킵시다!

 

“내가 왜 자해를 하냐고요?”
우리나라 중학생 7.9%, 고등학생 6.4% 자해 경험
부모, 교사, 목회자의 적절하고 건강한 대처가 약

 

“너 왜 그랬어? 진짜 죽으려고 그랬어?”
“나도 왜 그런지 몰라요”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자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들은 왜 스스로 자기 몸에 상처를 입히는 행동을 하는 것일까? 청소년들은 순간의 감정을 따라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감정을 일으키는 호르몬 수치가 아동기에 비해 200배 이상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전두엽 발달은 느린 편이다. 그래서 감정과 행동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이를 제어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자해를 하는 이유는 심리적·정신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신호다. “도와 달라”는 외침을 자해라는 극단적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른들(부모, 교사, 목회자)이 자해를 시도하는 청소년들이 보내는 진짜 메시지를 알아채고, 적절하고 건강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 김영선, 홍하영 기자

 

청소년 자해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일부 청소년들의 일탈이나 반항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누가 봐도 밝고, 예의도 바르고, 성적도 좋은 청소년들도 자해를 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자해 청소년들은 “마음이 힘들면 자해를 한다”고 밝혔다. 청소년 문제 전문가들도 청소년들의 자해는 ‘살고 싶다는 신호’라는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우울하고 고민이 많은 청소년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것이 바로 자해이다. 따라서 청소년들의 어려움을 공감해주고 함께 해결해줄 어른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지난해 교육부가 우리나라 청소년 7만 명이 자해 경험이 있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가 전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를 실시했는데 중학생 51만 4710명 중에서 4만505명(7.9%)이 ‘자해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고등학생은 45만2107명 중에서 2만9026명(6.4%)이 ‘자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교육관계자들은 실제로는 더 많은 청소년들이 자해 경험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도 청소년 자해에 대한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대표적인 SNS인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자해’를 검색하면 6만 여 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연관 검색어로 #우울 #상담 #고민 #자해 #자살 #자해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등 다양한 해시태그를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에 자해경험을 나누는 자해계(자해를 공유하는 SNS 계정)들은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자해계는 자극적인 사진과 문구로 청소년들의 자해를 부추기는 악의 온상일까? 이에 대해 자해러(자해계를 운영하는 청소년)들은 “단순히 관심을 끌기 위한 공유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몇몇 자해러들과 메시지를 주고 받아봤다. 그들은 “SNS에 자해를 공유하는 행위를 사춘기의 작은 일탈, 관심을 끌기 위한 행위가 아니다”고 못 박으면서 “SNS는 소통의 창구일 뿐이며, 얼굴조차 모르는 이들에게 힘든 일을 털어놓고 위로받고 싶어서 자해계를 운영한다”고 강조했다.
N학생(16세)은 “너무 힘든데 털어 놓을 데가 없어서 SNS에 자해 사진을 공유한다”고 했다. J 학생(16세)도 “자해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그랬는데 가족들은 나무라기만 해서 그나마 위로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인터넷 공간에서 자해 경험을 나눈다”고 털어놨다.

 

자해를 유일한 탈출구로 인식 

 

혹자들은 이러한 세태를 두고 ‘패션자해’라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청소년들이 남들에게 자랑할 용도로 자해를 선택한다고 비난한다. 언론 역시 청소년들 사이에서 ‘자해놀이’가 유행한다는 보도를 쏟아내며 죽음을 가볍게 생각하는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주장일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어려움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왜곡된 발상이다. 
청소년들이 정말 자랑하고 싶어서, 단순히 관심을 받기 위해 자해를 선택하는 것일까? 이러한 이유로 자해를 하는 청소년들은 전체 자해 청소년의 4%도 되지 않는다. 
손꼽히는 청소년 자해 전문가 마이클 홀랜더 교수는 청소년 자해 원인으로 세 가지 요인을 꼽았다. 첫째, 압도적인 감정 때문에 너무 고통스럽거나 혼란스러운 상태를 조절하기 위해서, 둘째, 무감각하고 공허한 존재라는 끔찍한 느낌에서 도망치기 위해서, 셋째, 자신에게 벌을 내리기 위해서 자해를 선택한다고 예상했다.
중학교 3학년인 J학생은 양 손과 발목이 흉터투성이다. 전부 스스로 낸 상처들이다. J학생은 부모님과의 관계,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자해를 시도한다.
“솔직히 자해를 끊고 싶은데 중독성이 있는 것 같아요. 칼을 들고 몸을 그을 때마다 제가 우울한 게 조금씩 사라져요. 하고나면 아파서 다른 생각이 안 나거든요. 자해는 제가 우울한 걸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J학생이 자해를 하는 이유는 상처가 나면 온 신경이 상처에 집중돼 우울한 감정을 순간적으로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늦은 밤 혼자 있는 시간에 주로 자해를 한다. 부모님도 J학생이 자해를 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다그치거나 화를 낼 뿐 위로해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학교 선생님과 반 친구들도 J학생이 자해를 하는 것을 알고 있다. 주변 친구들 중에도 자해를 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했다.
“상처를 보고 ‘나는 더 심했었어’라는 애들이 있어요. 말은 안 하지만 자해를 하는 애들도 꽤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제 친구 중에서 진짜 밝고, 전교10등 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 하는 애가 있는데 자해를 하더라고요”
N학생(16세)의 왼 팔에는 자해의 흔적이 가득 차 있다. 자해를 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중이다. N학생은 불안하거나 너무 힘든데 털어 놓을 곳이 없을 때 자해를 한다.
“자해를 처음 시작한건 친구가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했을 때였어요. 불안하고 떨리고 무서워서 손으로 팔을 긁었어요.”
N학생은 그날 이후 자해의 늪에 빠졌다. 지금은 1~2주에 한 번씩 자해를 하고 있다. 팔에 상처를 내기도 하고, 손가락 끝을 바늘로 꿰매기도 한다. 자해 횟수를 줄이고 싶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한다.
“자해를 하면 안 되는걸 아는 데도 끊기가 어려워요. 중독성이 있거든요. 자해를 하고 나면 마음이 차분해지기도 하고요.”

 

호주의 청소년 자해 문제 대처

 

청소년들의 자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호주에서도 지난 10여 년 전 부터 유행처럼 번진 청소년 자해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호주 정부는 청소년들의 자해를 통제하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했지만 그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10대 소녀의 10%가량이 자해를 경험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다. 이에 따라 호주 정부는 청소년들의 자해를 ‘비통하고 충격적인 당면 과제’라고 강조하면서 ‘헤드 스페이스’라는 단체를 조직했다. 25세 이하 청소년이면 누구든지 정신과 전문의나 심리학자에게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비밀을 보장 받으며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접근성이 용이한 곳에 마련되어 있다, 호주 전역에 ‘헤드 스페이스’가 100곳 넘게 설치되어 있다.
또한 호주 정부는 ‘be you’라는 청소년 정신 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에 동참하고 있는 학교가 4,400곳이 넘는다. 호주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청소년 자해가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일이다.
‘be you’ 프로그램은 회복력 키우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호주 청소년들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상처를 받거나 견디기 힘든 일이 있을 때 스스로 회복하는 능력을 기르고 있다. 호주의 중학교에서는 수학이나 과학처럼 교과 과목으로 회복력을 가르치고 있다. 회복력 교과서를 살펴보면 문제 상황을 설정하고 실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나 사람을 결정하며 그 이유를 토론한다. 학생들에게 미리 대처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자해 청소년에 대한 매뉴얼이 존재하긴 하지만 경기도 교육청과 대구 교육청을 제외하고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자살과는 다른 문제인 자해를 함께 설명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해 청소년을 이해하고 대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루 속히 관련 매뉴얼이 만들어지고 보급될 필요가 있다.
자해 문제 극복을 위한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에도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 ‘자해청소년을 위한 세미나’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는 부모와 교사들이 있다. 그들은 일과를 마친 이후 밤늦게 모여 청소년들의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청소년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를 공부하고 있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호소하고 있는 아픔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이해해주는 어른들의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정말 많이 힘들었구나”

 

“어른들은 몰라요.”
자해 청소년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어려움이 바로 이것이다. 청소년들이 자해하는 것을 알게 된 어른들이 좀처럼 따듯한 말을 건네주지 않는다고 한다. 무엇이 힘든지, 왜 자해를 하는지는 말해볼 기회조차 주지 않고 그저 다그치기만 한다. 이러한 대응은 자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뿐이다.
청소년들이 자해를 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발견자들의 첫 대응이 중요하다. 지난해 5월 한 중학교에서는 자해하는 청소년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학생의 상처를 더욱 악화시키는 충격적인 사건을 저지르고 말았다. 교사가 학교 친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몸에 칼빵하는 X은 반장할 자격이 없다”는 등 무차별적인 언어폭력을 가한 것이다. 담임교사의 폭언이 있던 그날 이후 그 청소년의 자해는 더욱 심해졌다.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교회에서 자해 청소년을 발견한 교사가 그를 불러다 “왜 그랬느냐”고 다그쳐 묻기도 하고, 수시로 아이의 팔을 확인하기도 했다. 걱정 때문에 한 행동이었지만 그 청소년은 씻지 못할 상처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자해 흔적을 발견하면 무턱대고 혼내지 말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지적한다.
“정말 많이 힘들었구나.”
이 말 한 마디면 충분하다. 그렇다면 부모, 교사, 목회자가 자해를 시도하는 청소년들에게 힘이 되어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따뜻하게 안아주고, 자해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판단하거나 비나하거나 설득하려 하지 말고 그냥 들어주면 된다. 또한 자해를 일탈의 통로가 아니라 ‘청소년들이 보내는 도움 요청 신호’로 인식해야 한다.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구조신호에 모두가 귀 기울여야 한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 순간 함께 울어주고, 연고와 반창고로 상처를 치료해주는 것만으로도 효과적이다. 비난과 다그침은 문제를 더 힘들게 할 뿐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안정과 인정’

 

청소년이 자해를 완전히 멈추는 것은 하루 이틀 만에 되는 것이 아니다. 짧게는 일주일이 될 수도 있고 길게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변증법적행동치료(DBT)의 창시자 마이클 홀랜더 교수는 저서 <자해 청소년을 돕는 방법>에서 “청소년 자해문제는 몇 걸음 전진과 한 걸음 후퇴를 반복하는 과정임을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부모들은 청소년 자녀가 자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다. 만사를 포기하고 자녀가 자해를 멈추게 하는 것에 집중하거나, 자녀의 자해를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것은 최악의 선택이다. 자해 청소년들이 부모에게 원하는 것은 ‘안정과 인정’이다.
청소년들은 안정을 얻기 위해 자해를 선택한다. 인간의 몸은 상처가 나면 고통을 견디는 화학물질을 분비하는데 이때 일시적인 안정을 느낄 수 있다. 다른 방식으로 안정을 느낄 수만 있다면 자해를 줄여나갈 수 있다. 오감을 이용한 방법도 효과가 있다. 소리, 접촉, 입, 동작을 활용하는 것이다. 잔잔한 음악 듣기, 향초나 입욕제를 활용하기, 마사지, 얼음 먹기, 걷기, 심호흡하기 등이 효과적이다.
인정은 부모들이 청소년들과 소통하는데 가장 필요한 자세이자 태도다. 청소년들의 감정과 행동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 말의 옳고 그름에 집중하면 대화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청소년들의 자해를 알 수 있는 신호 몇 가지가 있다. 긴 옷을 선호하고, 더운 여름에도 긴팔 옷을 고집한다. 또한 피부 노출이 예상되는 상황을 회피한다. 베이거나 긁힌 상처, 멍 등이 자주 보이는데 그때마다 넘어졌거나 할퀸 상처라는 변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면도기 등과 같은 날카로운 도구를 소지하고 경우도 있다. 이러한 신호를 보내는 청소년들이 있다면 다그치거나 혼내지 말고 천천히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전문 기관으로 연결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

1) 청소년 위기 문자 상담 시스템 ‘다 들어줄 개’
모바일 어플 ‘다 들어줄 개’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다 들어줄 개’
페이스북 메신저 ‘다 들어줄 개’
1661-5004 번호로 문자 상담

2) 24시간 전화 상담
자살예방핫라인 1577-0199
청소년 전화 1388
보건복지콜센터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3) 공공 청소년 상담기관: 각 누리집에서 해당 지역 검색
전국 Wee센터 www.wee.go.kr
전국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www.kyci.or.kr
전국의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무료 상담 가능)

4) 의료기관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kacap.or.kr에서 지역 검색

 작성자   김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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