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신문 - [맛있는 말씀해설]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마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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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말씀해설]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마 6:12)”

 2024-04-20      제14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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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말씀해설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마 6:12)”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주기도문에는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라는 말씀이 있다. 이 말씀은 우리가 다른 사람의 죄를 용서해야 우리의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는 뜻 같다. 그러나 하나님이 우리의 죄를 용서해주신 것은 결코 우리의 순종 때문이 아니다. 예수님의 희생 때문이다. 그래서 이 말씀은 하나님께 용서를 받기 위한 조건이 아니다. 이미 하나님의 절대적인 용서를 받은 성도는 다른 사람을 용서할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다. 
<마태복음> 18장에는 1만 달란트를 주인에게 탕감받은 종의 비유가 등장한다. 그는 감당할 수 없는 빚을 탕감받고도 자신에게 백 데나리온 빚진 동료를 감옥에 가두고 빚을 끝까지 받아내려고 한다. 주인은 이 일을 듣고 노해서 1만 달란트 탕감한 것을 취소한다. 그리고 백 데나리온 빚진 종에게 했던 그대로 그 종을 감옥에 가두고 1만 달란트를 갚을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이 비유를 들으며 1만 달란트 탕감받은 종의 어리석음을 비웃지만, 사실은 우리가 바로 그 종과 같은 사람인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용서하기가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기보다 그에게 복수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내가 힘이 없어서 못하는 복수를 하나님이 대신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우리가 하나님의 용서를 이미 받았다면 당연히 용서를 베푸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머리로는 나에게 죄지은 사람에게 하나님의 은혜를 베풀어야 함을 알면서도 마음이 안된다. “원함은 내게 있으나 선을 행하는 것은 없습니다(롬 7:18)”라는 바울의 고백을 우리도 할 수밖에 없다. 
예수님은 주기도문 외에도 용서에 대해 같은 말씀을 하셨다. 베드로가 예수님이 저주한 무화과나무가 말라버린 것을 발견하고 말씀드릴 때 하신 말씀이다. 
“서서 기도할 때에 아무에게나 혐의가 있거든 용서하라 그리하여야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 허물을 사하여 주시리라 하시니라(막 11:25).”
이 말씀도 구원을 받아야 할 사람에게 하신 말씀이 아니다.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하나님께 값없이 용서받은 우리는 우리에게 죄를 지은 다른 사람을 조건 없이 용서해야 한다. 그런데 예수님은 ‘용서’에 대한 말씀을 하시기 전에 ‘믿음’에 대한 말씀을 먼저 하셨다. 예수님이 무화과나무가 마르는 능력보다 더 큰 기적이 믿음을 통해 일어날 수 있음을 제자들에게 가르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누구든지 이 산더러 들리어 바다에 던져지라 하며 그 말하는 것이 이루어질 줄 믿고 마음에 의심하지 아니하면 그대로 되리라”(막 11:23).
예수님은 산이 뽑혀 바다로 던져지는 믿음을 말씀하신다. 이것을 누가 정말로 믿고 마음에 의심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예수님은 이 말씀을 통해 우리의 믿음은 스스로 결심해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은혜로 됨을 간접적으로 말씀하고 계신다. 산을 옮길 믿음과 마찬가지로 용서도 그렇다. 용서도 우리의 결심이나 논리로 되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을 용서하기 위해서는 우리를 용서하신 하나님의 은혜가 다시 임해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가 구원을 받았지만, 아직도 연약하고 강팍하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신다. 그래서 구원받은 우리에게는 여전히 예수님이 필요하다. 예수님은 지금도 우리의 문을 두드리고 계신다. 우리가 그 문을 열어서 예수님을 모시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인정하면, 믿음도 용서도 모두 내 안의 예수님을 통해 가능하게 된다. 예수님이 우리의 마음을 위로하시고 치료해주시면서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 용기와 믿음을 부어주신다. 
주기도문은 우리에게 용서를 강요하기 위해 주신 게 아니다. 주기도문은 용서받은 사람이 용서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지가 아닌 아버지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기를 기도해야 함을 가르쳐 주시는 것이다.
/ 이은일 장로(성동광진공동체,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작성자   김다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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