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신문 - [맛있는 말씀 해설] “네가 가진 것을 모두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라(막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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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말씀 해설] “네가 가진 것을 모두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라(막 10:21)”

 2024-03-16      제14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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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말씀 해설
 
“네가 가진 것을 모두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라(막 10:21)”
 
종교적 열심을 가진 부자 청년이 예수님께 와서 영생을 얻기 위해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막 10:17)”라고 질문한다. 예수님은 부자 청년에게 “네가 가진 것을 모두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라(막 10:21)”고 답하신다. 이 말씀은 물질을 포기해야 영생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노력으로 영생을 얻으려고 하는 청년의 질문이 잘못되었음을 알려주신 것이다. 구원은 인간의 노력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시는 것임을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시기 위함이었다(막 10:27). 
영생의 길, 구원의 길이 곧 제자의 길이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마 16:24)”고 말씀하셨다. 자기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을 부인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 부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고, 사명을 감당할 수 있는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는 것이다. ‘자기 부인’의 모델이 바로 예수님이시다. 예수님의 정체성은 창조주 하나님이신 영적인 존재이시다. 그런데 우리의 구속을 위해 사람이 되심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셨다. 그리고 어린 양의 제물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셨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자기 부인을 통해 죄인의 신분에서 하나님의 자녀, 그리스도의 제자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스스로는 그 어떤 노력으로도 ‘자기 부인’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기 부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기에 죽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이 나의 정체성에서 나올 수 없다. 나의 정체성이 부인되고, 새로운 정체성을 입기 위해서는 나의 정체성을 초월하는 하늘의 은혜가 있어야 한다.
바울은 ‘자기 부인’을 “나는 십자가에서 죽고,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갈 2:20)”이라고 표현했다. 또 바울은 “나는 날마다 죽는다(고전 15:31)”고 고백한다. ‘자기 부인’은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자기 부인’ 없는 사랑은 진정한 하나님의 사랑이 아닐 수 있다. 자녀를 위해 죽음마저 불사하는 부모의 숭고한 사랑도 ‘자기 부인’과는 거리가 멀다. 부모의 정체성이 희생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불교 등에서 주장하는 자기를 비우는 것도 ‘자기 부인’이 아니다. 비움의 목표가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 자신이 신이 되거나 신과 하나가 된다는 허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살처럼 자신을 실제로 죽이는 행위는 ‘자기 부인’이 아니라 자기 파괴다. 죽음도 자신의 정체성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물질주의와 진화론에 사로잡힌 세상은 ‘자기 부인’을 알 수도 없고, 할 수도 없다. 오직 육체와 물질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의 감정도 화학물질의 작용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내가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과 관련된 호르몬이 분비되는 것이 아니라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에 내가 사랑한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설명하는 기묘한 주장을 사람들은 과학이라고 부른다. 인간이 영혼과 육체로 되어 있는 존재임을 부인하기 때문에 과학이 도리어 실재를 왜곡하고 있다.
‘자기 부인’은 오직 영적인 존재인 인간만이 표현할 수 있다. 또한 영적 실체인 성령 하나님의 역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자기 부인’을 통해 제자의 정체성을 입었다면 삶의 주어가 달라진다. 부자 청년은 ‘내가’라는 주어로 질문했지만, 예수님의 제자는 ‘하나님’이 주어가 된다. 나는 단지 하나님이 시키는 일에 순종한 ‘물 떠온 하인’과 같은 기적의 증인일 뿐이다. 삶의 주어가 바뀌면 삶에서 일어나는 고난과 결핍도 영광이 된다. 이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하나님의 자녀라는 정체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자기 부인’을 통해 진정한 나를 하나님 안에서 발견하고, 하나님이 나의 삶을 인도하시는 놀라운 복이 우리에게 가득하기를 기도한다.
/ 이은일 장로(성동광진공동체,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작성자   김다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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