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르포
시리아 난민, 그들의 손을 잡고, 눈물을 닦으며…
양재 2000선교, CMN, 분당B공동체 연합 아웃리치
13년, 200만 명, 천막 텐트, 영양실조, 월수입 14달러.
이 단어들이 레바논에 있는 시리아 난민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보여준다.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지 ‘13년’ 되었고, 시라아 난민 ‘200만 명’이 전쟁을 피해 레바논으로 도망쳐왔다. 오갈 곳 없는 사람들이 버려진 천을 주워 ‘천막 텐트’를 짓고 사는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영양실조’에 시달린다. 시라아 난민 90%가 ‘월수입 14달러’로 생활하고 있다. 생계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양재 2000선교, CMN, 분당B공동체 연합 레바논 아웃리치팀(이하 레바논 아웃리치팀) 55명이 지난 8월 11일(금) 시리아 난민들을 만나러 떠났다. 인천에서 출발해서 이스탄불을 거쳐 레바논까지 15시간 걸렸다. 그들의 표정에는 지친 기색 하나 없이 기대감이 가득했다. 한시라도 빨리 난민들의 손을 잡아주고, 눈물을 닦아주려는 예수님의 마음이 엿보였다.
/ 김현준 기자 khj@onnuri.org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 도착했다. 아웃리치팀은 레바논 북동쪽에 있는 부르즈 함무드(Bourj Hammoud) 지역을 먼저 방문했다. 이곳은 레바논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이다. 2018년 개봉한 영화 ‘가버나움’의 배경이기도 하다.
레바논 아웃리치팀은 ‘의료사역팀’과 ‘차세대사역팀’으로 구성되었다. 의료사역팀은 ‘하나님의 교회’에서, 차세대사역팀은 아슈꾸트(Aachqout) 지역에 있는 ‘온누리라이프센터’에서 사역을 시작했다.
‘하나님의 교회’는 시리아 난민과 레바논의 가난한 사람들을 섬기고 있다. 극빈층과 의료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형편의 사람들을 섬긴다. 의료선교팀 CMN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의료진들은 높은 기온과 습도로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날씨에도 난민들을 한 명이라도 더 진료하려고 애썼다.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치료의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하나님의 교회 로비가 접수실, 작은 방들이 진료실로 변신했다. 밀려드는 환자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고 통역을 통해 증상을 꼼꼼히 살폈다. 진료를 받고 나가는 환자들의 표정이 어느새 미소로 가득 찼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사이드 디브 목사(하나님의 교회)가 레바논 아웃리치팀의 방문 그 자체가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고백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한국의 의사와 간호사,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내주셨습니다. 이 지역에 있는 사람들은 병원에 갈 수도, 약을 살 수도 없을 정도로 가난합니다. 우리를 위해 이렇게 많은 봉사자가 온 것이 처음입니다. 여러분의 방문이 우리를 얼마나 기쁘게 하는지 모릅니다. 마치 예수님이 이곳에 오신 것 같습니다.”
차세대사역팀은 아슈꾸트(Aachqout) 지역에 있는 ‘온누리라이프센터’를 찾았다. 이곳은 레바논에서 가장 큰 채석장이 있는 곳이다. 시리아 난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모이는 지역이다. 이곳에서 사역하는 박정대 선교사가 지난 6월 ‘온누리라이프센터’를 세웠다. 아슈꾸트 지역에는 개신교회가 없다. 예수를 구주로 영접한 시리아 난민들이 모여 찬양하고, 하나님을 예배할 장소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한 가정에서 아버지들만 모여 예배드렸는데, 온누리라이프센터가 세워지고 나서는 온 가족이 함께 마음껏 찬양하고, 예배드릴 수 있게 되었다. 여덟 가정이 출석하고 있다.
이날은 온누리라이프 센터에 다니지 않는 어린이들도 초대했다. 아이들 40명이 모였다. 차세대사역팀이 한국에서 챙겨온 과학실험 도구와 먹거리, 활동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현지 아이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물로켓을 만들어서 날려보기도 하고, 팝콘도 만들어 나눠줬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바로 그 자리에서 천국 잔치가 벌어졌다. 어린이 프로그램을 마친 뒤에는 복음 팔찌를 나눠줬다. 아이들 모두가 믿음 안에서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기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온누리라이프센터 박정대 선교사는 “매일 난민들과 함께 밥을 해 먹고, 예배와 모임을 하면서 그들의 신앙이 자라는 것을 보는 것보다 큰 행복은 없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온누리라이프센터에서 예수를 구주로 영접한 이들이 종일 성경을 보고, 몇 시간씩 성경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성경을 가르치고, 섬겨줄 손길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난민들에게 필요한 게 어디 한두 가지겠습니까? 그러나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섬기는 사람들입니다. 이곳 아이들은 중학생이어도 알파벳이나 더하기 빼기를 하지 못합니다. 문맹이 많아서 성경을 읽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들에게 성경을 알려 줄 하나님의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온누리교회의 많은 신앙의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곳에 와서 난민들을 섬겨주십시오.”
예수 그리스도가 유일한 소망임을…
레바논 아웃리치팀이 베이루트에서 사역을 마치고 8월 14일(월) 베카(Bekaa)로 이동했다. 베카는 해발고도 1천m 이상의 농경지다. 시리아의 국경과 맞닿아 있다. 시리아 난민들이 텐트촌을 이룬 대표적인 곳이다. 난민들이 지내는 텐트는 모양만 텐트지, 나무 기둥을 세우고 버려진 천을 주워다 덮은 천막집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10평 남짓한 곳에 평균 8명의 가족이 함께 생활한다. 그 텐트가 삼삼오오 모여있다.
난민들의 삶은 가혹하다는 표현이 턱없이 부족할 정도로 어렵고 힘들다. 생각해보면 전쟁을 피해 온 난민들이 텐트를 세울 땅이 어디 있겠는가. 난민들이 텐트를 세운 땅의 주인에게 1년에 200달러를 내야 한다. 온종일 일해야 고작 1~2달러를 버는 난민들이 생활비와 집세를 감당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어디 이뿐인가. 고된 노동과 더불어 여름이면 영상 40도, 겨울이면 영하 12도까지 내려가는 혹독한 날씨도 문제다. 그래서인지 그 작고 초라한 텐트에서 지내는 이들의 건강이 상할 대로 상해있었다. 몸과 마음의 치료가 시급해 보였다.
레바논 아웃리치팀이 ‘드림라이프센터’에 짐을 풀었다. 이곳에서는 진료실을 마련하기가 힘들어서 진료과 2~3개가 모여 진찰을 시작했다. 기온이 40도까지 올랐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진료했다. 진료를 시작하자마자 몰려드는 난민들을 맞이하는 접수처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해졌다. 환자들을 접수하고 진찰받을 과를 안내하는 손길도 더불어 분주해졌다. 의료진들은 환자들이 많다고 진료를 허투루 보지 않고 몇 번이나 통역하며 상태를 살폈다. 그런데 이곳의 환자들은 베이루트의 환자들과 달리 증상이 다양했다. 그 다양한 증상이 그들의 고단한 삶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드림라이프센터를 섬기는 박희창 선교사가 이곳에서 대대적인 의료사역을 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대대적인 의료사역을 한 것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난민들은 대부분 심각한 상태에만 병원에 갑니다. 그런 곳에 의료진이 먼저 찾아주니까 정말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특히 치과 진료가 비싼데 치과의사들이 많이 와줘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의료사역의 선한 영향력이 수년 동안 지속할 것입니다. 이곳을 잊지 말고 또 와주시면 좋겠습니다.”
차세대사역팀은 텐트촌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안자르 라이프센터로 이동했다. 베이루트보다 넓은 장소에서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재현한 놀이, 물로켓 만들기, 그림그리기 등을 하면서 아이들과 신나게 놀아줬다. 아이 한 명 한 명 사진을 찍어 현장에서 출력해주는 코너가 큰 인기를 끌었다. 아이들은 자기가 나온 사진을 가슴에 소중히 품고 몇 번이나 꺼내 보았다. 복음 팔찌를 받고 두 손을 모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예수님이 왜 하나님 나라는 어린아이들의 거라고 말씀하셨는지를 알 수 있었다.
레바논 아웃리치팀은 8월 11일부터 17일까지 환자 1,500여 명을 진료하고, 어린이 150여 명을 섬겼다. 레바논에는 난민 200만 명이 고통 속에 살고 있다. 그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을 위해 부르짖고,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가 유일한 소망임을 알려야 한다. 바로 그것이 먼저 믿은 자들의 소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