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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과 더 가까이, 더 자주 만나려고”

 2018-07-22      제12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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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19년 동안 성경필사 여덟 번 한 김정숙 권사
 


board image하나님이 부르시는 그 날까지 성경필사할 것을 고백하는 김정숙 권사
 
 
많은 크리스천들이 새해 목표로 세우는 것이 ‘성경일독’이다. 그런데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바빠서, 성경에 나오는 용어들이 너무 어려워서, 재미가 없어서, 끈기가 없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실패할 때가 많다. 
그렇다면 ‘성경필사(聖經筆寫)’는 어떨까? 읽는 것도 어려운데 쓰는 것은 오죽할까? 오늘의 주인공은 그 어렵다는 성경을 한두 번도 아니고, 8번이나 필사한 김정숙 권사(85세, 남양주 온누리교회)다. 김 권사는 19년 동안 성경필사를 해왔고 지금 이 시간에도 하고 있다. 김 권사가 성경을 필사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하나님과 더 가까이, 더 자주 만나는 것 그뿐이다.   
/ 정현주 기자 joo@onnuri.org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단출한 방에 책상과 의자, 책장이 놓여 있다. 그 방에 고이 간직되어 있는 내용물들은 결코 단출하지 않다. 책장 빼곡히 수십 권의 성경필사 노트가 꽂혀 있고, 책상에는 두툼하고 큰 성경책과 노트, 수백 자루의 다 쓴 볼펜들이 굴러다니고 있다. 이 방은 19년 동안 8번이나 성경필사를 한 김정숙 권사의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원래 다 쓴 볼펜이 더 많았는데 중간에 버렸더니 이거밖에 없네요.”
그 해사함이 실력을 감춘 무림고수 같았다. 김 권사는 매일같이 이 책상에 앉아 기도하고, 말씀 읽고, 한 글자 한 글자 정성들여 필사한다. 
“제가 붙잡을 거라곤 말씀밖에 없어요. 그래서 성경필사를 시작했어요.”
 
남편의 마지막 소원
 
웬만한 성도들도 엄두가 안 나는 성경필사를 8번이나 한 김 권사는 골수 불교신자였다. “우리 부부는 108배를 할 정도로 내로라하는 불교신자였어요.” 
그런 그녀가 하나님을 만나게 된 것은 집안의 경제적인 몰락 때문이었다. 하나님은 그녀의 재산을 걷어 가시고 그 대신 구원이라는 선물을 주셨다. 
“남편이 갑자기 정치를 하겠다며 선거에 나갔어요. 당선이 됐으면 좋았을 텐데 떨어졌어요. 그 충격 때문인지 남편이 쓰러지기까지 했어요.”
혼란한 시기, 정치판에 뛰어든 게 화근이었다. 1970년대는 금권선거(金權選擧, 돈의 위력을 이용한 선거)가 판을 치던 시절이었다. 김 권사의 남편은 정당 공천을 받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선거를 치르면서 재산을 홀라당 날려버렸다. 설상가상 남편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그때부터 가난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당시 막내아들이 세살이었어요. 남편은 병들어 누워있지, 그나마 있던 재산은 온데간데없고 빚만 남았지.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일가친척들도 떠나버리더라고요. 혹시나 자신들한테 피해가 갈까봐서요.”
하나님의 일하심은 참으로 오묘했다. 집안의 위기가 김 권사 가족을 교회로 이끄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몸도 성치 않은 남편이 갑자기 교회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기도 받고 싶다고요. 정말이지 너무 미워서 발로 차버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남편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하는 거에요.”
죽기보다 싫었지만 어쩌랴. 마지막 소원이라는데. 김 권사는 동네 쌀가게 주인을 찾아갔다. 사람들이 쌀가게 주인을 “집사님”이라고 부르는 게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쌀가게 주인이 그 자리에서 택시를 불러 남편을 교회로 데리고 갔다. 
목사님을 만났다. “기도합시다” 목사님의 그 한마디에 남편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물었다. “나 같은 죄인도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목사님이 대답했다. “이미 용서 받았습니다.” 그렇게 남편이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했다. 
남편은 매주 교회에 나갔다. 교인들이 남편을 업고 데리고 갔다. 아들과 딸은 아픈 아버지를 따라 교회에 나갔다. 남편이 처음 기도 받고 꼭 1년 뒤 하나님 품에 안겼다. 그런데 남편과 자녀들이 교회에 다닐 동안 김 권사는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그깟 하나님이 뭐가 대수야!’라고 생각하고 하나님과 더 멀어져 있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한창 자랄 나이의 아이 셋을 둔 과부가 먹고 살기 위해 할 만한 일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별로 다르지 않았다. 서울로 올라온 김 권사 가족은 남의 집 문간방, 반지하방을 전전하면서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가난한 생활을 이어갔다. 지독한 가난 속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자녀들이 잘 자랐다. 속 썩이는 일도 없었고 공부도 잘했다. 무엇보다 교회를 잘 다녔다. 
“제가 신앙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순전히 아이들의 기도 덕분이에요. 아이들이 ‘하나님, 우리 어머니 구원해 주세요’라고 자그마치 10년을 기도했거든요.” 
자녀들의 기도가 결국 하늘에 닿았다. 어느 날 아들이 교회에 재미있는 구경이 있으니 가자고 했다. 평소 같으면 “너나 가라” 했을 텐데 그날따라 “가 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교회에 발을 내디뎠다. 그때가 1993년이었다. 말라비틀어진 김 권사의 마음을 하나님이 만져주셨다. 참으로 많이 울었다. 특히 이사야서 41장 9~10절 말씀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땅 끝에, 땅 모퉁이에 서있는 우리 가족을 하나님께서 함께 해주시겠다고, 의로운 오른손으로 붙잡아 주시겠다고 하셨어요. 이 말씀이 단순한 문자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이것이야말로 내가 붙잡아야 할 말씀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날 이후, 주일예배는 물론 순예배, 교회에서 하는 성경공부란 성경공부는 닥치는 대로 했다.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1995년 집사 안수를 받았고, 1997년 권사 직분을 받았다. 그렇게 열심히 성경공부를 하고, 각종 예배와 기도회에도 참석했지만 부족했다. 하루는 삭개오가 뽕나무에 올라가는 장면을 읽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나도 삭개오처럼 내가 올라갈 뽕나무를 잡아야겠다. 매일 하나님을 만나겠다!”
그때부터 성경필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성경필사가 벌써 19년째가 되었다. 게다가 한 번도 하기도 힘든 필사를 무려 8번이나 했다. 정말 대단한 노력이 아닐 수 없다. 
“대단한 게 아니에요. 그저 하나님을 붙잡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성경을 썼을 뿐이에요. 성경필사를 하면서 하나님께 더 가까이 가고, 더 자주 만나게 됐어요.”
복 받으려고, 자식 잘 되게 해 달라고, 돈을 달라고 기도하기보다 그저 하나님을 가까이 만나고 싶다는 김 권사의 열망이 참으로 순수했다. 그런 김 권사에게 요즘 근심이 생겼다. 오른손 엄지손가락 관절이 좋지 않아서 필사하는데 불편하다는 것이다. 
“저는 하나님이 부르시는 그 날까지 성경필사를 계속하고 싶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몸이 예전 같지 않아요. 죽을 때까지 말씀만 붙잡고 사는 인생이고 싶은데 말이지요.”
 
 
성경필사하고 싶다면?
 
성경은 총 66권(구약 39권, 신약 27권)으로 되어 있다. 1,189장(구약 929장, 신약 260장),  31,102절(구약 23,145절, 신약 7,957절)이다. 기자가 성경을 써보니 1시간 동안 잠언 3장, 90절 정도를 썼다. 매일 하루 한 시간 동안 성경필사를 하면 346일(11개월)~396일(13개월)이면 성경 한 권을 필사할 수 있다. 성경필사 그리 어렵지 않다. 지금 시작하면 된다.  

 작성자   정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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