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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보다 감동적인 그 뒷이야기

 2019-12-29      제12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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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보다 감동적인 그 뒷이야기


사랑챔버 ‘희망콘서트’가 막 오르기까지

 

온누리 사랑챔버 오케스트라(이하 사랑챔버)가 또 한 번 너무나 큰 선물을 줬다. 단원들은 물론이고 단원들의 부모, 협연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관객들에게 한 평생 기억될 선물이었다. 그 선물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동과 희망이었다.
사랑챔버의 공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느낄 수 있었던 그 큰 감동과 희망보다 더 큰 감동이 숨어 있다. 온누리 사랑챔버 ‘희망콘서트’가 막 오르기까지의 눈물겨운 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무대보다 감동적인 그 뒷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 홍하영 기자 hha0@onnu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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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울려 퍼지는 찬양을 듣는다면 이런 기분일까? 천국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이 이런 모습일까? 지난 18일(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막 오른 사랑챔버 희망콘서트를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이다.
사랑챔버 희망콘서트는 단원들이 어머니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손을 잡고 무대로 오르는 순간부터가 감동이었다. 지휘자 손인경 집사가 무대에 들어서자 단원들이 두리번거리던 고개를 멈추고 집중하는 모습은 여느 프로 못지않았다. 손인경 집사의 지휘에 맞춰 오르락내리락 움직이는 바이올린, 비올라와 첼로의 활은 한 마리 나비가 춤을 추는 것 같았다. 클라리넷, 트럼펫, 플롯 위에서 바삐 움직이는 손가락들은 작은 새들의 아침 산책처럼 가뿐했다.

 

눈물어린 헌신과 기도,
노력이 만들어내는 작품

 

온누리 사랑챔버가 희망콘서트 무대에 오르기까지는 정말 수도 없이 많은 연습과 수많은 이들의 눈물 나는 헌신, 밤낮 가리지 않는 기도가 숨어 있다. 사랑챔버를 이끌고 있는 손인경 단장의 헌신은 말로 다 설명할 수가 없다. 사랑챔버의 공연이 정해지면 손인경 단장은 곡을 고르고 단원들의 눈높이에 맞춰 편곡을 한다. 악보를 잘 볼 줄 모르는 단원들을 위해 음표 하나, 운지하기 좋은 위치까지 정말 세심하게 살핀다. 매주 화요일 연습에서는 단원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맞추면서 호흡과 동작을 꼼꼼하게 살핀다. 그 사랑이 배어있는 손인경 단장의 지휘는 여느 지휘자들의 지휘와 사뭇 다르다. 암호에 가까운 몸짓과 손짓, 세심한 눈빛과 표정으로 단원 한 사람 한 사람과 사인을 주고받는다. 날마다 SNS 채팅방에서 단원들의 연습을 봐주는 일도 빼놓지 않고 있다. 손인경 단장의 개인 시간을 오로지 사랑챔버에 온전히 내어주고 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눈물겨운 헌신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다.
손인경 단장만큼이나 아무런 보상 없이 사랑챔버에 애정을 쏟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있다. 단원들의 개인레슨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음악인 봉사자들이다. 자원봉사자들은 손인경 단장이 편곡한 곡이 나오면 사랑챔버 단원들과 개인레슨을 시작한다. 일주일에 한 번, 못해도 이주에 한 번은 단원들과 만나서 레슨을 한다.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도 쉬는 법이 없다. 사랑챔버를 섬기는 자리에 쉬지 않고 나온다. 사랑챔버를 20년 동안 섬긴 한 봉사자는 이렇게 고백했다.
“긴 암흑 같은 터널을 지나는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제가 사랑챔버를 섬기지 않았다면 버틸 수 없었을 것입니다. 사랑챔버 단원들과 어머니들을 보면서 오히려 제가 위로받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사랑챔버 단원들을 가장 사랑하는 이들은 어머니들이다. 장애가 있는 자녀를 돌보는 일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설명은커녕 짐작조차 못한다고 한다. 그 어려운 일을 감당하면서 연주회까지 준비하는 어머니들의 고생은 배가 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공연을 앞두고 연습을 하다보면 사랑챔버 단원들의 컨디션이 나빠질 때가 많다. 단원들이 계속되는 연습에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 하고, 짜증을 부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감정을 언어로 적절하게 표현하기 힘든 사랑챔버 단원들은 악기를 집어 던지기도 하고, 연습 도중 뛰쳐나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원들의 어머니들은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늘 자녀들을 품고, 하나님께 기도하며, 견디고 이겨낸다. 자녀들을 위한 어머니들의 기도는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김명희 권사(사랑챔버 어머니 대표)가 사랑챔버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하나님께서는 분명 태의 기업은 상급이고 선물이라 하셨는데,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그 자녀를 본인이 짊어질 십자가라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그런데 사랑챔버를 하면서 우리 아이들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태의 기업이요 상급임을 깨닫게 됐어요. 우리 아이들 그 자체가 감사이고, 우리 아이들의 연주를 통해 영광 받으실 하나님을 기대하며 기도하고 있어요.”
사랑챔버 단원들의 피나는 노력도 너무나 귀하다. 수많은 이들의 헌신과 눈물, 기도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다. 사랑챔버 단원들은 잘 외워지지 않는 곡들을 매일같이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손가락이 다 트고 갈라져도, 잠을 자면서도 음을 흥얼거릴 정도로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단원들에게는 무대에 서는 순간이 너무나 행복하기 때문이다. 이번 희망콘서트 때도 그랬다. 사랑챔버 단원들의 얼굴에 행복한 웃음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온누리 사랑챔버의 공연은 손인경 단장, 자원봉사자들, 어머니들, 단원들의 눈물어린 헌신과 기도, 노력이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사랑챔버는 매번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20년 동안 600회 이상 공연을 해왔다. 장애인복지관, 노인복지관, 소년원, 병원 등지에서 감동과 희망을 선물했다. 예술의전당, 청와대, 닉 부이치치 강연, 미국, 홍콩, 괌, 독일 등 이름난 곳에서 초청을 받기도 한다. 사랑챔버가 가는 곳마다 감동과 희망의 눈물이 끊이질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챔버의 연주를 들으면서 희망을 얻고, 위로를 받으며, 하나님을 만나고 있다.

 

사역칼럼

 

지난 20년처럼 앞으로 20년도

 

“자폐도 좋습니다! 모두 신청하세요!”
1995년 5월 3부 예배에서 하용조 목사님께서 선포하신 말씀을 따라 사랑챔버가 시작되었다. 장애인에게 무료로 바이올린을 가르치겠다는 나의 제안이 의도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틀어지는 순간이었다. 사랑챔버 사역의 대상을 몸이 불편한 지체장애인으로 제한했던 나는 발달장애인 중에서 음악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나의 계획과는 다르게 시작된 사랑챔버가 어느덧 20주년을 맞이했다.
사랑챔버 사역을 하며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여호와시라”는 잠언말씀처럼 내가 먼저 계획해서 한 일이 하나도 없었다. 모든 것을 예비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는 시간들이었다. 20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딸의 사고, 친정 엄마의 희귀성 뇌질환, 나의 유방암 등 개인적인 일을 비롯해 단원들의 탈퇴 등 사랑챔버 내부적인 일들이 많았다. 이해할 수 없는 어려움 가운데서도 하나님은 내가 사랑챔버를 떠날 수 없게 하셨고, 사랑챔버를 주목하시며 만져나가셨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랑챔버는 국내외 크고 작은 연주 자리에 초청받아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위로를 선물했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예비하심과 계획하심 가운데 일어난 일들이었다.
사랑챔버 사역을 하며 만난 정말 고마운 분들이 있다. 항상 기도로 동역해주시고 아름다운 수화로 매 공연 함께하는 어머니들,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 자원봉사자 선생님들, 무대 뒤에서 스태프로 헌신하는 선생님들의 헌신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너무 아름답다. 또 감사하게도 사랑챔버를 위해 큰 관심과 사랑으로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 효성그룹에서는 2014년부터 첼리시트 요요마와 함께하는 워크숍을 진행하며 매년 사랑챔버에 후원을 하고 있다. 매번 ‘사랑챔버의 자립을 위한 희망콘서트’를 후원해주고 계신 분도 있다. 타교회 장로님 한 분께서 단원들의 훗날을 걱정하시며 자립을 위한 방안들을 마련해주고 계신다.
사랑챔버 사역을 하다보면 “발달장애인들을 데리고 뭘 그리 열심히 훈련 하냐”고 묻는 분들이 더러 있다. 어차피 삑삑거리는 소리만 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단원들의 실력을 한계 짓기도 한다. 사랑챔버 단원들은 이름을 불러도 눈을 맞추지 못하는 1, 2급 자폐성 발달장애인들이 대부분이다. 단원들이 클래식 악기(특히 현악기)를 다루는 일은 정말 까다롭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서, 소통을 할 줄 몰라서 힘든 것이지 재능이 없거나 장애가 있어서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 비밀을 알게 되면 절대 대충 지도할 수 없게 된다. 단원들 안에 숨겨진 그 비밀이 내가 20년 동안 사랑챔버 사역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거룩한 부담감으로 시작했던 봉사가 어느새 사역이 되었고, 이제는 사명이 되어버렸다. 요즘 가장 큰 기도제목은 ‘사랑챔버의 자립’이다. 내가 최근 암 판정과 수술을 받아 그런지 당장 단원들의 앞날이 걱정이 된다. 내가 없어도 사랑챔버가 활동을 이어가며 운영될 수 있기를 바란다. 연주활동을 통해서 직업 실내악단처럼 월급을 받고, 집중적으로 연습과 훈련할 수 있는 전용연습실이 마련되기를 기도하고 있다. 지금부터 미리 준비해서 단원들의 부모님들이 천국으로 가시기 전에 단원들 스스로 자립해서 생활할 수 있는 기숙공간이 마련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이 비전들이 조금씩 이루어져가고 있음을 믿고 감사함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지난 20년 동안 사랑챔버를 하나님의 계획하심 가운데 이끌어 오신 것처럼, 앞으로 20년도 하나님께서 예비하심으로 이끌어 가주시기를 기도한다. 사랑챔버 단원들과 가족, 선생님들, 그리고 나를 하나님께 의탁한다. 
/ 손인경 집사(사랑챔버 단장)

 작성자   홍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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