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신문 - 르포_일본 오카야마(홍수피해 지역)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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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_일본 오카야마(홍수피해 지역)에 가다

 2018-08-05      제12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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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사랑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온누리교회 긴급구호팀 오카야마와 함께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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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교회 긴급구호팀이 먼지와 쓰레기로 뒤덮인 오카야마 수해 지역 복구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아니 물벼락이었다. 지난 7월 8~9일, 그 이틀 동안 7월 한 달 동안 올 강수량의 2.7배가 쏟아졌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쏟아진 폭우는 순식간에 일본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 마비마을을 집어삼켰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폭우에 가재도구 챙길 정신도, 대피할 시간조차 없었다. 옥상이나 2층 베란다에서 수건을 흔들면서 구조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지난 7월 25일부터 8월 1일까지 온누리교회 소속 NGO 더멋진세상(신원석 목사, 이가일 PM)을 중심으로 대학청년부(김동휘, 이성환, 안재성, 임재민, 노희국, 이수현), 일본어예배부(김삼인 전도사, 요시오카 리에 자매)에서 긴급구호팀을 파견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은 곳에서 온누리교회 긴급구호팀은 더위와 먼지, 쓰레기와 싸워가며 구슬땀 흘렸다. 살인적인 폭염과 태풍 경보도 온누리교회 긴급구호팀의 열정을 가로막지 못했다. 그 현장에 동행했다. 
/ 정현주 기자 joo@onnuri.org
 

“하레노 쿠니에 요우코소”(청명한 나라에 온 걸 환영합니다)
지난 7월 25일, 오카야마공항에 도착한 온누리교회 긴급구호팀을 반기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그렇다. 오카야마는 일본에서도 청명하기 그지없는 그야말로 살기 좋은 곳이다.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는커녕 원자력발전소와도 멀리 떨어져 있어 안전한 곳이라고 자부하던 곳이다. 일본 5대 전래동화 ‘모모타로(복숭아동자) 이야기’를 탄생시켰을 만큼 복숭아가 유명한 풍성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바로 그 풍성하고 평화롭던 오카야마에 재앙이 닥쳤다. 지난 7월 8~9일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그 폭우로 오카야마현뿐만 아니라 서일본 일대(히로시마현, 에히메현 등)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일본 총무성 소방청 보고(8월 1일 현재)에 따르면 사망자 220명, 가옥 파괴 5,074채, 반파된 가옥도 4,592채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14일, 이들 수해지역을 ‘특정비상재해’ 지역으로 지정했다. 한신대지진, 동일본 대지진을 포함해서 일본 정부가 특정비상재해를 지정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지진이 아닌 호우 재해로 인한 지정은 일본 역사상 처음이다. 설상가상, 폭염과 잇따른 태풍경보로 복구가 너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내 가족의 고통처럼 여겨져서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 마비 마을은 그 아름답던 모습이 아니었다. 홍수로 터전을 잃었는데 폭염으로 재해복구 의지마저 없었다. 도움을 주는 손길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먼지와 쓰레기만 가득했다.  
온누리교회 긴급구호팀은 ‘오카야마 그리스도 재해지원센터’로 사용되고 있는 ‘히로에성약그리스도교회’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일본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온 크리스천 자원봉사자들이 이 센터에 모이고 있다. 
일본인 자원봉사자 고토 요이치 씨(일본국제기아대책기금)는 온누리교회 긴급구호팀을 누구보다 반겼다. 우리를 보자마자 “덥고 위험한 곳인데도 불구하고 온누리교회가 먼저 나서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재해지원센터 스태프 이토 아야 씨도 “온누리교회 긴급구호팀을 통해 홍수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하나님과 만나는 귀한 기회가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온누리교회 긴급구호팀의 첫 임무는 수마가 휩쓸고 간 가옥의 잔해를 치우는 일이었다. 후나마 씨의 2층 양옥집을 찾았다. 벽과 집, 차고, 창고와 마당의 나무까지 진흙 범벅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긴급구호팀 도착 하루 전부터 수돗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급수 받은 물로 생활했기 때문에 복구는 생각도 못해봤단다. 물이 너무 많아 생긴 재난인데 물이 없어서 복구를 못했다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온누리교회 긴급구호팀은 온몸이 땀으로 젖는 것도 모르고 열심히 잔해를 치웠다. 창고를 철거하고, 마당에 있는 나무도 뽑았다. 대량의 쓰레기도 운반했다. 긴급구호팀 요시오카 리에(일본어예배) 자매가 특히 마음 아파했다. 그녀의 고향이 오카야마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고향집의 피해는 없지만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긴급구호팀원 모집 소식을 듣자마자 신청했다. 
“이 집 할아버지, 할머니를 뵈니 친할아버지, 친할머니가 생각나서 눈물이 났어요.”
리에 자매뿐만이 아니다. 온누리교회 긴급구호팀 모두가 선한 이웃의 심정으로 오카야마에 왔다. 재난을 당한 오카야마 사람들의 고통이 마치 내 가족의 고통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온몸이 썩은 물로 뒤덮여도…
  
특명이 떨어졌다. ‘마비 아동관’(마비 지역 아동센터) 복구 작업 의뢰가 들어온 것. 일본은 지금 이중고를 겪고 있다. 불볕더위와 연이은 태풍경보가 그것이다. 그 때문에 관청이나 다른 단체에서 운영하는 재해본부들은 문을 닫거나 복구 작업을 일시중단 한 상태이다. 지금 자원봉사자를 파견하고 있는 기관은 오직 오카야마 그리스도 재해지원센터 밖에 없다. 역시, 이웃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 선한 이웃이 되는 이들은 크리스천들이다. 
온누리교회 긴급구호팀은 가장 힘든 아동관 천장을 해체했다. 나사를 돌리고 천장을 떼어냈더니 고여 있던 썩은 물들이 쏟아졌다. 온몸이 썩은 물로 뒤덮였지만 그 누구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동관 안팎에 산적해 있는 쓰레기도 치웠다. 할 일이 산더미였다. 오죽했으면 살인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으니 20분 일하고 10분 쉬자고 했던 일본인 관리자의 말이 지켜지지 않았다. 50분 일하고 10분 쉬는 온누리교회 긴급구호팀의 열정에 현장 담당자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정말 대단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자원봉사자로 온 김승희 목사(재일대한기독교회)는 “온누리교회 청년들이 일본 사람 다섯 명분 역할을 한다”며 뿌듯해했고, 쿠사이 목사(재해지원센터장) 또한 “한국 청년들 덕분에 아동관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면서 “염치없지만 온누리교회에서 봉사팀을 또 보내주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온누리교회 긴급구호팀은 그들과 함께 있었을 뿐이다. 그들의 상황을 듣고, 기도하고, 조그마한 힘을 보탰을 뿐이다. 그 자체가 그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후나마 씨의 표정이 그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후나마 씨는 미신자이다. 그런 그가 기도로 복구작업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온누리교회 긴급구호팀과 함께 기도했다. 그리고 눈물 흘렸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교회가 보여준 사랑과 정성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는 모두가 외면하는 곳에 찾아와 복구 작업을 하고 있는 온누리교회 긴급구호팀을 보고 이렇게 소리쳤다.
“예수님의 사랑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으리라.” 
온누리교회 긴급구호팀과 헤어지며 오카야마 그리스도 재해지원센터 스태프 아야 씨는 “관광으로라도 좋으니 오카야마에 꼭 다시 들러 달라”고 부탁했다. 그 힘든 복구 작업을 또 하러 와달라고 하기에는 미안했던 모양이다.  
마비 마을 사람들은 이번 홍수로 너무 큰 상처와 피해를 입었다. 지금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은 그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가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어 그들과 함께 울고 그들이 회복될 때까지 도와야 한다. 

 

 작성자   정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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