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B, NGO 메디엑세스, 브릿지33+ 태국 아웃리치] 벌써, 다시 가고 싶다!
서초B, NGO 메디엑세스, 브릿지33+ 태국 아웃리치
벌써, 다시 가고 싶다!
땀방울, 웃음과 눈물, 아이들의 노래, 마주 웃던 얼굴들
평균 나이 60세, 55명, 5박 7일. 조합되 기 어려워 보이는 이 단어들을 보석으로 엮은 하나님의 사람들이 있다. 서초B공 동체, NGO 메디엑세스 라파팀, 브릿지 33+공동체 연합 아웃리치팀(이하 연합 아웃리치팀)이다. 이들이 지난 7월 25일 (토)부터 31일(금)까지 태국에서 연합 아 웃리치를 했다. 선교사들의 발을 씻기 고, 아픈 이들을 진료하고, 아이들과 함 께 뛰어놀았다. 그 꿈결 같은 시간을 담 았다.
/ 홍하영 기자 hha0@onnuri.org
‘ 벌써, 다시 가고 싶다.’
지난 7월 31일(금) 오전 9시 40분. 태국 수완 나품국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한국 땅에 발을 딛자마자 이 생각부터 했다. 모두 같은 마음이라 더 신기하고, 특별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얼른 쉬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데, 이번엔 달랐다. 함께 간 사람들 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벌써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집과 차를 팔아 산 그 땅에서
태국은 인구 95%가 불교를 믿는 나라다. 그 나라 헌법에도 ‘국왕은 불교도’라는 조항이 명시돼 있을 만큼, 불교는 태국에서 신앙을 넘 어 국가 정체성으로 여겨진다. 그 영향으로 태 국 기독교는 2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녔음에도 여전히 인구 1%대에 머물러 있다. 그 좁은 길에서도, 그 땅을 너무 사랑해서 복 음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연합 아웃리치팀 사역지였던 ‘엘드림기독국제학교 ’ 가 그 시작이자 주인공이다.
1996년, 주태국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근무하 던 유철준 집사(서초B공동체, 글로비전선교회·엘드림기독국제학교 공동 이사장)는 선교사 들을 만날 일이 잦았다. 그들과 대화하다가 태국 선교사들의 가장 큰 고충이 자녀 교육이라 는 걸 알게 됐다. 이후 유철준 집사가 이규식 선교사(글로비전선교회·엘드림기독국제학교 공동 이사장)가 담당하는 임마누엘선교교회를 섬기게 되면서 두 사람은 하나님이 주신 꿈을 꾸게 됐다. 선교사 자녀 50명을 학교에서 돌보 면 선교사 25명이 자녀 걱정 없이 오지로 떠날 수 있고, 선교사 한 사람이 100명에게 복음을 전하면 2,500명에게 닿을 수 있을 거로 여겼다. 그 꿈이 조금씩 영글어갔다.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이규식 선교 사가 유철준 집사에게 “좋은 땅이 나왔습니다 ”라고 연락했다. 땅 가격은 시세의 3분의 1, 크 기는 무려 1만 9천 평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찬양 ‘천국은 마치’ 가사처럼, 집과 차를 팔아 기어이 그 땅을 샀다. 진흙 위에 시멘트가 발리 고, 건물이 세워지는 동안 이학일 장로(서초B 공동체, NGO 메디엑세스 이사)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의 눈물과 헌신이 더해졌다. 그렇게 그 땅이 전 세계에서 온 아이들이 뛰놀며 하나님 을 찬양하는 축복의 장(場)이 됐다. 2020년 3월 9일 태국 방라뭉에 설립된 이 국제학교에는 12 개국(태국, 한국, 중국, 러시아, 폴란드 등)에서 온 학생 51명이 재학 중이다. 열방의 방주가 되 어 하나님의 일꾼들이 배출되는 그날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기도하며 가르치고 있다.
연합 아웃리치팀은 지난 7월 25일(토) 이 학교 기숙사에 짐을 풀며 5박 7일의 여정을 시작 했다. 첫날부터 부엌은 ‘식사섬김팀’ 차지였 다. 낯선 주방에서 팀원들의 끼니를 챙기는 게 만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이역만리 타국에서 받아 든 집밥 한 끼가 지친 팀원들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됐다.
둘째 날엔 방라뭉 새빛교회에서 연합예배를 드렸다. 국적도, 언어도 다른 이들이 한 지붕 아래서 함께 찬양하고 기도했다. 몇 주 동안 연습한 특순도 이어졌다. 이한규 목사(서초B공동체 담당)의 설교는 영어와 태국어로 동시 통역됐고, 성도들은 연신 “아멘”으로 화답했다. 오후엔 이 학교를 섬기는 유철준 집사, 조혜 숙 권사 부부와 이규식, 최영미 선교사 부부, 그 사역을 이어받은 이반석, 이기쁨 선교사 부부를 위한 블레싱이 이어졌다. 그 얼굴에 씌워 줄 화관은 전날 밤늦도록 팀원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졌다. 55명의 팀원이 세 부부의 발과 어 깨에 손을 얹고 눈물의 기도를 했다. 뎅기열을 옮기는 모기가 흔한 이 학교 구석 구석을 ‘방역팀’이 소독약을 짊어지고 돌기 시작한 것도 이날부터였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
원래는 태국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의료봉사가 이번 아웃리치의 중심 사역이 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태국 정부가 제동을 걸었 다. 몇 달을 준비한 계획은 방콕 한인 성도와 태국을 섬기는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소규 모 진료로 바뀌었다.
진료소를 찾은 이들 상당수가 병원 문턱조차 넘기가 어려운 처지였다. 통역 없이는 진료 한 번 받기도 어려웠고, 보험이 안 될 때는 진료비 와 약값이 한 달 생활비와 맞먹었다. 그래서 웬 만큼 아파서는 참는 게 익숙해진 이들이었다.
진료는 병원이 아닌 예배당(방콕한인연합교회, 더블레싱한인교회)에서 했다. 수액 걸이가 없어서 빨랫줄과 보면대에 링거를 걸었다. 그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사람들은 수액이 다 떨어질 때까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눴다. 치과 진료실도 사정은 비슷했다. 전용 의자 대신 매트리스 한 장을 펴거나 일반 의자 머리맡에 목베개를 걸어 대신했다. 그들에게 ‘ NGO 메디엑세스 라파팀’의 진료는 가뭄에 내린 단비 같았다.
안경자 권사(방콕한인연합교회)가 감사 인사 를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진료도 봐주시고, 우리가 어떻게 지내는지, 제대로 치료는 받고 있는지 물어주시는 그 따 뜻한 마음에 크게 감동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입니다.”
어금니가 깨진 채로 몇 해를 참아온 최도열 선교사가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
“태국에서 일반 병원에 가면 진료비도 만만 치 않을뿐더러, 그 수준을 믿고 맡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귀한 진료를 받고, 쉼 과 위로를 얻게 되니 정말 큰 힘이 됩니다.”
낯선 땅에서 몇십 년을 홀로 버텨온 선교사들을 위한 블레싱 자리도 마련했다. 팀원들이 선교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화관과 선물을 전달하며 축복했다. 태국에서 22년째 교회 개척 사역을 하는 정영란 선교사가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오직 선교사들을 만나려고 이 먼 곳까지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물과 화관을 씌워주시고, 극진한 보살핌과 치료까지 해주셔서 제가 공주가 된 것 같았습니다.”
흔들리는 유치를 뽑고 나온 임하엘 어린이 (임진석, 양윤희 선교사 자녀)도 인사했다.
“이가 흔들려서 걱정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찾아오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어린이들과 함께 놀아주신 선생님들 덕분에 정말 즐거웠어 요. 태국에 친구들이 많이 없어서 심심할 때가 많았거든요.”
의료팀이 진료소 불을 밝히는 동안 ‘청소년 사역팀’을 비롯한 다른 팀원들은 태국 땅의 어린 영혼들을 품었다. 엘드림기독국제학교와 반진자이 고아원(Baan Jing Jai Children Home)에서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함께 웃으며, 예수의 사랑을 전했다. 뙤약볕 아래서 아이들과 함께 물총을 쏘며 놀고, 제기를 차고, 줄넘기를 뛰고, 색칠 놀이를 했다. 작은 사진관을 차려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고, 액자와 키링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 아이들이 우리에게 깜짝선물을 줬다. 반진자이 고아원 아이들이 연합 아웃리치팀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며칠 전부터 노래 하나를 몰래 연습했다고 했다. 서툰 한국어 발음으로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를 한 소 절 한 소절 불렀다. 그 노래 한 곡이 며칠 간의 피로를 단숨에 씻어냈다.
비행기가 태국 하늘을 벗어나던 밤, 스마트폰에 저장해 둔 사진을 몇 번이고 꺼내봤다. 팀원들의 땀방울, 선교사들의 웃음과 눈물, 서툰 한국어로 부르던 아이들의 노래, 뙤약볕 아래 서 마주 웃던 얼굴들이 자꾸만 나를 그 땅으로 다시 끌어당겼다. 그 땅을 사랑한 이들의 마음이 나에게도 옮겨붙은 모양이었다.
2026-08-15
제160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