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에세이
폭풍을 잠잠케 하시는 하나님
제주는 참으로 아름다운 섬이다. 화창한 날의 제주 바다와 하늘은 어떤 보석보다 찬란하다. 살랑이는 바람이 몸을 감쌀 때면 이 땅을 빚으신 창조주의 섬세한 솜씨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제주는 늘 온화한 얼굴만 보여주지 않는다. 여행으로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맑은 날씨는 오히려 운이 좋아야 만날 수 있을 만큼 드물다. 안개가 끼는 일은 다반사이고, 비가 쏟아지거나 거센 폭풍이 몰아치는 날도 많다. 눈이 아래에서 위로 내린다고 할 만큼 제주의 비바람이 거세다. 화창함과 거친 폭풍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것이 제주라는 섬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자연 다큐멘터리에는 ‘관찰자 비개입 원칙’이 있다. 기록자는 대자연의 질서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기록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2018년 남극의 황제펭귄을 촬영하던 한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예외적인 선택을 했다. 수십 마리의 펭귄이 깊은 눈구덩이에 빠져 스스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그대로 두면 얼어 죽거나 굶어 죽을 수밖에 없었다. 제작진은 결국 삽으로 눈을 깎아 경사로를 만들었고, 펭귄들이 살아 나올 수 있도록 도왔다. 다큐멘터리 방영 이후 ‘기록자가 자연의 흐름에 개입함으로써 그 진실성을 훼손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사역하다 보면 청년들과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그들의 아픔 대부분 관계에서 비롯된다. 가족에게 받은 상처, 학교에서 겪은 아픔, 직장에서의 갈등이 결국 관계의 문제로 이어진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깊은 상처를 받고, 소중했던 관계일수록 더 큰 오해가 쌓이기도 한다. 그 상처는 내면 깊숙이 번져 자존감에 영향을 미치고 일상까지 무너뜨린다.
어느 날 하나님께 “하나님이 주신 자연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왜 사람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줄까요?”라고 기도를 드렸다. 그때 문득 하나님이 이런 깨달음을 주셨다.
“사람도 내가 만든 자연이다.”
그렇다. 사람 사이에도 날씨가 있다. 제주의 날씨가 그러하듯 환하게 웃으며 동행하는 날이 있는가 하면, 태풍처럼 거칠게 충돌하는 날도 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겨울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어느새 얼음이 녹고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 온다. 자연과 계절에 변화가 있듯 관계 역시 갈등과 오해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때 우리는 자연도, 삶도, 관계도 하나님의 다스림 안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제자들의 배를 뒤흔들던 거센 풍랑 앞에서 예수님은 바다를 향해 말씀하셨다.
“잠잠하라, 고요하라”
그러자 미친 듯 날뛰던 바람이 그치고, 바다가 거짓말처럼 평온을 되찾았다.
사람 또한 하나님이 지으신 자연의 일부라면, 우리 사이의 갈등을 잠재울 수 있는 분도 오직 그분뿐이다. 우리 사이의 갈라진 틈을 인정하고, 하나님께 온전히 내어 드릴 때 비로소 잠잠케 하실 것이다.
가정의 달에 우리의 시선을 다시 하나님께 돌려서 그분의 돌보심을 구하기를 원한다. 광대한 자연 앞에 서면 인간의 작음을 알게 되듯, 광대하신 하나님 앞에 서면 내 방식이 아닌 그분의 질서가 얼마나 온전한지를 배우게 된다. 폭풍을 잠잠케 하시는 그분께 우리의 소중한 가족과 친구들을 조용히 내어 드려 보자. 나와 함께 계시는 예수님을 바라본다면 다가오는 풍랑의 조짐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 김래위 목사(제주온누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