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하나님의 입양 이야기’입니다.”
故 하용조 목사님은 입양을 ‘하나님의 아이디어’라고 말씀하셨고, 또한 입양은 한 아동의 생명을 살리는 ‘선교’라고 표현하셨다. 맞다. 우리가 믿는 복음의 핵심은 다름 아닌 ‘입양’이다. 사도 바울은 <에베소서> 1장 5절에서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라고 선포한다. 우리는 원래 하나님과 아무런 상관없는 이방인이요, 죄의 종노릇 하던 고아였다. 그러나 하나님이 당신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의 피 값을 치르시고 우리를 자녀로 입양하셨다.
하나님의 구원은 ‘법적인 지위’를 넘어 ‘관계의 회복’을 의미한다. 성경 곳곳에서 하나님은 당신을 ‘고아의 아버지’(시 68:5)라고 소개하신다. 하나님의 시선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 하나님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는 대상은 바로 부모에게서 분리되어 외롭게 홀로 있는 아이들이다. 자녀들이 싸우고 서로를 사랑하지 않을 때 부모 마음은 무너진다. 그러나 자녀들이 서로를 돌보고 사랑하면 더없이 기쁜 것이 부모다.
우리가 하나님 아빠를 기쁘시게 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님의 자녀인 고아들을 돌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아를 돌보는 입양과 가정위탁은 단순히 불쌍한 아이를 돕는 사역이 아니다. 우리가 받은 사랑을 이 땅에서 그대로 재현하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신앙 고백이다.
차갑게 식어가는
이 땅의 입양 현장
대한민국에는 5만 개의 교회가 있고, 300만 성도의 가정이 있으며, 800만 성도가 있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무려 100만 명의 고아들이 보육시설(고아원)에서 부모의 사랑 없이 외롭게 성장했다. 지금도 매년 2,000명의 아동이 보육원에 입소하거나 보육원에서 성인이 되어 ‘자립준비청년’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오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가 그것을 막고 있고, 입양 가정과 위탁가정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온누리교회에는 입양 가정과 위탁가정이 모여 기도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입양과 가정위탁을 홍보하는 사역팀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사회선교부 소속 입양위탁가정 모임 ‘제이홈’과 보육원 아동과 결연하고 자립준비청년과 동행하는 ‘온누리울타리’다. 제이홈과 온누리울타리에서 많은 성도가 고아를 가슴으로 낳고 돌보며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이는 다른 교회의 모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려오는 소식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공적 입양’이라는 이름으로 입양 제도가 정비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아이들이 가정을 만나는 길은 더 좁고 험난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입양 시계는 멈춰 서 있다. 국가가 입양의 모든 과정을 책임지겠다고 공표했지만, 현장에서는 행정적인 병목 현상과 인력 부족, 그리고 지나치게 경직된 절차로 인해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와 부모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서로 닿지 못한 채 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입양을 주관하는 정부 기관과 공무원들은 이를 ‘제도의 정착 과정’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신앙인의 눈으로 볼 때 이것은 한 아기가 가정을 만나는 골든타임이 속절없이 흘러가는 안타까운 비극이다. 시설에서 보내는 하루는 아이의 정서와 발달에 평생의 결핍을 가져올 수 있는 너무나도 중요한 시간이다. 하나님은 “고아를 위하여 정의를 행하시며”(신 10:18)라고 말씀하셨는데, 지금의 현실은 행정 편의주의와 법적 절차 뒤에 숨어 아이들이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가정에서 자라야 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를 외면하고 있다.
이를 개선해 달라고 제이홈 소속 입양위탁가정 성도들과 예비입양 부모들이 함께 정부 앞에서, 국회 앞에서, 청와대 앞에서 집회와 1인 시위를 했다. 하지만 정부와 공무원들은 입양은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신중해야 하니 기다리라고만 한다. 옳은 말 같지만, 정부도 공무원도 아기가 입양부모와 쉽게 애착 관계를 만드는 골든타임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비전문적이며 진정성 없는 입양 업무로 인해 공적입양체계가 시작된 이후 지난 8개월 동안 단 한 명의 아기도 입양되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엄마의 손길’과 ‘아빠의 품’
<야고보서> 1장 27절은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은 곧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 중에 돌보고”라고 말씀한다. 여기서 ‘돌본다’는 것은 단순히 물질적인 후원을 의미하지 않는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깨끗한 시설이나 풍족한 후원 물품이 아니다. 밤마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기도해 주는 엄마의 손길과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아빠의 품이다.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실 때 가장 먼저 만드신 공동체는 국가도, 학교도 아닌 ‘가정’이었다. 아이는 가정이라는 작은 천국에서 사랑을 배우고, 하나님을 알아가도록 설계되었다. 지금 제도의 벽에 막혀 수많은 아이가 시설이라는 차가운 공간에서 자신의 이름을 불러줄 부모를 기다리며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이 아이들의 외로운 울음소리에 하나님 아빠의 마음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가 이 현실에 침묵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맡기신 ‘고아를 돌보라’는 명령을 거역하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제도는 완벽할 수 없지만, 그 제도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이다. 그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우리의 간절한 기도를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주권이다. 이제 믿음의 공동체 온누리교회 성도들의 기도로 이 멈춰버린 시계를 다시 돌려야 한다.
고아를 위한
네 가지 기도 제목
사랑하는 온누리교회 성도들께 기도를 부탁한다. 태아생명보호법과 입양촉진법을 위해 입법 활동을 하는 전국입양가족연대를 대표하는 신분이 아닌, 하나님께 먼저 입양된 한 명의 자녀로서, 그리고 아이들을 가슴으로 낳은 한 아버지로서 여러분께 무릎 꿇는 심정으로 기도를 부탁한다.
첫째, 멈춰버린 대한민국의 입양 행정과 제도가 오직 ‘아동의 최우선 이익’을 위해 신속하고 따뜻하게 개편되도록 기도해 주기를 바란다. 법과 제도가 아이들의 앞길을 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가정을 향해 달리는 고속도로가 되게 해달라고 마음을 모아 주기를 바란다.
둘째,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시설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이상 길어지지 않도록, 그 아이들의 정서와 건강을 하나님이 친히 지켜주시도록 기도해달라. 육신의 부모는 떠났을지라도 사랑의 하나님이 그들의 진정한 아빠가 되어 주셔서 가정으로 연결되는 그날까지 아이들의 영혼이 상처 입지 않도록 보호해 달라고 간구해 주기를 바란다.
셋째, 입양을 결단하고 기다리는 예비입양 부모들에게 새 힘을 달라고 기도해 달라.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서 지치지 않게 하고, 끝까지 그 한 아이를 포기하지 않도록 성령님이 예비입양 부모들의 마음을 붙들어 달라고 기도해 주기를 바란다.
넷째, 온누리교회가 이 땅의 고아들을 향한 하나님의 통곡을 대신 울어주는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한다. 우리가 입으로만 사랑을 외치는 게 아니라, ‘제이홈’에서 더 많은 성도가 입양과 가정위탁을 함으로써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도록 기도해 주기를 바란다. ‘온누리울타리’에서 보육원 아동과 결연해서 예수님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고, 보육원을 퇴소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의 곁을 지키며, 그들에게 하나님이 진정한 아빠이심을 선포하며 동행하는 성도들이 넘쳐나도록 기도해 주기를 바란다.
한 아이를 입양하는 게 세상을 바꾸는 일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그 아이에게는 세상 전체가 바뀌는 일이다. 멈춰버린 이 땅의 입양 시계가 성도들의 눈물 어린 기도로 다시 움직이게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더 이상 기다림에 지쳐 잠들지 않도록, 오늘 밤 그들을 위해, 그들을 마음에 품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할 가정들을 위해, 능력과 사랑이 많으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 오창화 집사(온누리울타리 팀장,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