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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 신문 - 마침내는 “아멘”으로 순종하다

마침내는 “아멘”으로 순종하다

2018-12-02 제1223호

전문가 기고_명화로 보는 성경

안젤리코의 수태고지(受胎告知)에 담긴 마리아의 순종
 
 
아마도 크리스천이라면 이런 상상 한 번씩은 해봤을 것이다. 어느 날 생각지도 않은 시간, 생각지도 않은 장소에서 낯선 얼굴에 어깨에는 날개가 달린 사람이 나타나서 말을 건다면 나는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소년 다니엘의 꿈결처럼 어딘가에서 어떤 나지막하고 거룩한 음성이 들린다면 어떨까?
누가복음 1장 26~38절을 살펴보자. 하나님의 천사 가브리엘이 갈릴리 나사렛에 사는 순진무구한 처녀 마리아에게 나타나 “성령으로 잉태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른바 ‘수태고지(受胎告知)’ 혹은 ‘성모영보(聖母領報)’라고 불리는 빅이벤트다. 
천사가 말했다. “마리아여! 기뻐하라. 은총을 받은 자여,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신다.” 천사가 “기뻐하라(ave)”고 말한 데서 바로 ‘아베 마리아(Ave Maria)’라는 말이 나왔다. 마리아는 무척 당황했고 깜짝 놀랐다. ‘이 분이 무슨 말을 하시는 거지?’ 천사가 마리아를 다독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네가 하나님의 은총을 받았다.” 천사가 전한 메시지는 이러했다. “보아라. 네가 잉태해 아들을 낳을 것이다. 그러면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그는 위대한 이가 될 것이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
그러나 마리아는 천사의 말을 납득할 수 없었다. “처녀인 제가 어떻게 이런 일이 있겠습니까?” 천사가 다시 부연했다. “성령께서 네게 임하실 것이며, 지극히 높으신 분의 능력이 너를 감싸 주실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거룩한 아기는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불릴 것이다. 하나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전혀 없지 않느냐.” 드디어 마리아가 대답했다. “네.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원합니다.” 천사가 이 말을 듣고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안젤리코의 ‘수태고지’ 

board image<프라 안젤리코의 ‘수태고지’(1435년 경,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소장)>
 
 
예수님의 탄생 즉, 이 땅에 사람의 몸으로 강생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예고하는 이 장면은 수많은 화가를 매료시킨 주제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산드로 보티첼리, 엘 그레코, 니콜라 푸생, 로렌초 로토, 얀 반 에이크,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 등 시대마다 최고의 화가들이 수태고지를 주제로 각각 개성이 뚜렷한 작품들을 남겼다. 그 중에서 프라 안젤리코의 그림을 말씀과 함께 큐티를 해보려고 한다. 프라 안젤리코가 1435년경에 그린 작품으로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 그림을 보면 가로로 딱 3등분이 된 구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왼쪽 3분의 1과 오른쪽 3분의 2는 완전히 다른 시공간이다. 왼쪽은 최초의 인류 아담과 하와가 금단의 열매를 따먹고 에덴동산에서 추방되는 장면이다. 두 사람의 발아래 선악과가 뒹굴고 있다. 성경에 형상이 묘사된 적이 없는데 우리는 왜 선악과를 사과모양이라고 속단하는 걸까? 라틴어로 사과와 악(惡)은 같은 단어인 ‘말룸(malum)’을 사용한다. 그래서 사탄의 유혹에 빠진 하와가 하나님께서 금지시킨 과일을 아담에게 권하는 죄악을 상기시키기 위해서 화가들이 악을 상징하는 사과를 선악과의 형상으로 채택하면서 이런 고정관념이 생겼다고 한다. 
프라 안젤리코의 그림에서 아담과 하와를 추방하고 있는 천사와 마리아에게 성령으로 잉태할 것임을 고지하는 천사는 동일하게 가브리엘 천사이다. 
하나님께 불순종하고 원죄를 짓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왼쪽 모습과는 완전히 대조적인 모습이 오른쪽에서 펼쳐지고 있다. 하나님은 아담과 하와가 저지른 범죄를 ‘제2의 하와’인 마리아를 통해서 회복하시려 하신다. 그러므로 수태고지는 ‘제2의 아담’인 예수님이 인간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셔서 어떤 일을 하실 지를 암시한다. 죄 없이 성령으로 잉태되어 세상에 오실 예수님께서 우리 인류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를 지고,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심으로 인류는 온전히 죄 사함을 받게 되는 것이다. 
안젤리코는 그림을 통해 수태고지가 ‘성부-성자-성령’ 삼위일체의 완성을 상징한다는 것도 표현하고 있다. 왼쪽 위에서 강렬한 빛이 쏟아져 내려와 마리아에게로 향한다. 마리아를 향해 쏟아지는 빛의 시작점에 성부(聖父) 하나님의 거룩한 손이 보인다. 이 거룩한 빛은 성령(聖靈)이 되어 비둘기의 모습으로 마리아를 향한다. 비둘기는 평화와 성령을 상징한다. 대홍수가 났을 때 노아가 방주에서 날려 보낸 비둘기가 올리브 가지를 물고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노아는 대홍수가 끝났음을 알게 된다(창 8:8~12). 이때 비둘기는 지상에 다시 평화가 도래했음을 상징한다. 예수님이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을 때 하늘에서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면서 성령이 비둘기처럼 내려왔다(눅 3:22). 
그림을 자세히 보면 오른쪽 기둥 바로 왼쪽 빛줄기 속에 비둘기의 모습이 보인다. 성부가 보내신 성령의 빛은 마리아에게 향하고, 마침내는 성자(聖子) 예수님을 잉태할 것이다. 
수태고지 전에 마리아는 이사야서를 읽고 있다.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이를 낳을 것이니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라”(사 7:14). 이를 뒷받침하듯 안젤리코는 가운데 기둥 아치에 이사야 선지자를 부조 형태로 그려놓았다. 
안젤리코의 그림은 예수님이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실 것을 동정녀 마리아가 처음 알게 된 순간을 그린 것이 아니다. 가브리엘 천사가 놀란 마리아를 향해 몇 번이고 그녀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진정시키고, 하나님의 거룩한 메시지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하고 난 뒤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마리아가 처음 두려워하고 당혹해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가장 잘 묘사한 그림은 아마도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가 그린 ‘주님의 여종을 보라’(1849년)가 아닐까 싶다. 로제티의 그림 속에서 순결함을 상징하는 백합꽃을 들고 있는 이가 바로 가브리엘 천사이고, 무섭고 두려움에 떠는 착한 처녀가 마리아이다. 


board image<단테 가브리엘 로제티의 수태고지>
 
 
말씀의 육화(肉化)
 
다시 안젤리코의 그림을 보자. 예수님이 인간의 모습으로, 그것도 자신의 몸을 빌려 세상에 오실 것을 알게 된 마리아는 처음에는 당황하고 두려워했지만 마침내는 “아멘!”으로 순종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율법상으로는 처녀가 잉태하면 돌에 맞아 죽을 일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가문의 명예와 자존심은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수태고지를 받는 마리아는 양 손을 가슴에 살짝 포개어 순종하는 모습이다. 천사도 경외를 표시하듯 동일한 제스처이다. 마리아의 망토는 하늘의 영광과 은총을 상징하는 하늘색이다. 원피스는 신성한 사랑을 뜻하는 붉은 색이다. 재미있게도 이사야 선지자의 부조 바로 밑에 제비가 한 마리 앉아있다. 제비는 ‘인류의 봄’을 상징한다. 아담과 하와 이래 죄악과 불순종에 물든 차갑고 우울한 우리 ‘영혼의 겨울’이 떠나가고 이 땅에 오실 예수님과 함께 시작될 새로운 ‘생명의 봄’을 노래한다. 
하나님은 말씀하신다. 
“너는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고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사 43:1). 
그러나 하나님의 부르심(소명, 召命)에 마리아처럼 아멘으로 순종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여호와께서 아브라함에게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창 12:1)고 했을 때 아브라함은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고 떠났다. 
“믿음으로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 순종해 장차 유업으로 받을 곳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런데 그는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고 나아갔습니다”(히 11:8).
어느 신학자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녀가 응답하여 자신의 열린 마음과 열린 자궁을 하나님 말씀에 내맡겼기에 말씀의 육화(肉化)가 가능했다.” 
이 말처럼 마리아는 우리에게 “어디로 인도될지 알지 못한 채 온전히 하나님께 내맡긴 자신을 본받으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김진국 집사(한강공동체, 일.하.세. 아카데미 강사) 
 

 
작성자 정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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