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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 신문 - [장애인주일 특집] ‘장애’라는 북극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장애인주일 특집] ‘장애’라는 북극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2026-04-18 제1585호

‘장애’라는 북극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장애인사역본부 부모와 교사들의 솔직담백한 고백
 
장애인사역본부 공동체 부모와 교사들 을 만났다. 그리고 아주 솔직하고 담백 한 고백을 들었다. 누군가는 자녀가 처 음 장애 진단을 받던 날 병원 계단을 기 억했고, 누군가는 장애인 자녀가 그린 작품을 전시한 날의 기쁨을 고백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장애인과 함께 걷는 길에서 경험한 감동을 노래했다.
/ 홍하영 기자 hha0@onnuri.org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려고 목적지에 맞게 짐을 챙겨 비행기를 탔는데, 착륙지는 이탈리아가 아닌 알래스카의 어느 공항이었다.”
장애인 자녀를 맞이하는 부모의 당혹감을 표현한 이 문장이 낯선 비유처럼 들리지만, 그것을 몸으로 겪어낸 이들에게는 가장 정확한 고백이다. 오랜 시간 ‘장애’라는 칼바람이 부는 북극에서 사는 방법을 익혀온 이들의 솔직 담백한 고백이 마음을 울렸다.
 
원망도, 불평도
어려웠던 그 시간
 
자녀의 장애를 의연하게 받아들일 부모가 세상에 있을까? 이선아 성도(부천온누리교회)는 아들 윤후(부천 사랑부)의 장애 검사 결과지를 받던 20여 년 전 그날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또래보다 발달 속도 등이 범주를 벗어나고 있음을 받아들이고 있었는데도, 막상 검사 결과지를 받아 들고는 병원 계단에서 통곡하고 말았다. 
울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7살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치료에만 매달렸다. 그런데 초등학교 입학 이후 희귀 난치 질환 진단과 수술, 뇌전증 대발작, 척추측만증 교정 수술까지 더 큰 난관들이 찾아왔다. 그 모든 시간을 버티면서도 원망도, 불평도 편하게 뱉지 못했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정신이 아득해진다는 말을 몸으로 겪으면서 그 시간을 지나왔습니다. 목 놓아 울지도 못하는 남편의 마음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 게 보였고, 저는 계속 울부짖으며 기도할 뿐이었습니다. ‘하나님, 정말 너무하시네요’라는 마음이 들면, 그 마음이 죄가 되어 제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을까 봐 애써 머리를 흔들며 애꿎은 기도 시간만 늘렸습니다.”
이지영 자매(강동 사랑부)의 어머니 오금옥 성도(강동온누리교회)도 딸의 장애 진단 앞에 무너져 내렸다. 이지영 자매가 4살 될 무렵, “자폐증입니다. 혼자 살아가기 힘들 겁니다”라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이 세상 모든 신(神)을 원망했다.
“하늘과 땅이 뒤바뀌는 기분이었습니다. ‘나에게 하나님은 없다, 부처님도 없다’며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을 모든 신을 끄집어 와 원망을 퍼부었습니다. 아이의 장애가 나의 죄라 여기며 세상의 눈치, 가족의 눈치, 아이의 눈치를 보면서 그 암흑 같은 세월을 보냈습니다.”
박혜신 자매(서빙고 예수사랑부)의 어머니 김명희 권사도, 김수 자매(서빙고 사랑부)의 어머니 김영화 성도도, 김재원 형제(서빙고 사랑부)의 어머니 박정애 성도도 다르지 않았다. 자녀의 장애 진단 앞에 상한 마음을 감추고 끝나지 않을 그 세월을 살았다. 하나님 원망도 해보고, 울며불며 매달려 보면서 ‘장애’라는 북극의 추위를 견뎠다.
 
북극에도 봄은 온다
 
시간이 흘렀다. 살을 에는 칼바람만 부는 것 같았던 북극에도 따스한 볕이 드는 봄이 찾아왔다. 인생의 계절이 바뀌면서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났다.
윤후 형제가 올해 스무 살이 됐다. 뇌전증 대발작은 여전히 찾아오고, 희귀 난치 질환은 평생 안고 가야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하다. 이선아 성도는 그 기쁨의 비결을 ‘하나님의 사랑’이라고 했다.
“사랑부에 와서 하나님을 만나고 윤후의 인생이 달라졌습니다. 사랑부 선생님들의 사랑과 헌신이 우리 가정에 기쁨을 가져다줬습니다. 그 사랑 안에서 충분히 유쾌하고, 행복하고, 즐거운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이지영 자매는 혼자 밥을 차려 먹고, 대중교통을 타고, 치료기관을 찾아간다. 배우지도 않은 그림을 곧잘 그린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을 거라던 아이가 씩씩하고 명랑한 청년 작가가 됐다. 이지영 자매가 견뎌낸 그 숱한 세월이 엄마 오금옥 성도를 하나님 앞으로 초대했다.
“지영이가 저를 전도했습니다. 하나님이 이 아이의 삶을 통해 저를 부르셨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아이가 한글을 배우고, 배우지도 않은 그림을 곧잘 그려내곤 했습니다. 하나님이 아주 특별한 아이로 만들어주셨기 때문입니다.”
봄볕은 이 가정에만 찾아온 게 아니었다. 김수 자매, 김재원 형제, 박혜신 자매, 최희민 형제에게도 찾아왔다. 그들은 지금 ‘장애인 청년 작가’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위로와 기쁨, 감동을 선물하고 있다. 장애인 청년 작가 5인(김수, 김재원, 박혜신, 이지영, 최희민)이 사랑홀갤러리(서빙고온누리교회 신관 1층)에서 장애인의 달 특별전 ‘우리들의 찬양’을 열고 있다. 
박혜신 자매는 지난해 연말 개인전에 이어 단체전도 하고 있다. 그녀의 어머니 김명희 권사가 지난해 연말 전시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을 꺼냈다. 박혜신 자매가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이 활짝 핀 자목련 그림을 구매했고, 그 그림을 품에 안고 나란히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 속 두 사람이 얼마나 행복해 보이던지요. 저는 혜신이의 그림을 보면 하나님의 미소를 대하는 듯합니다. 성도들이 갤러리 복도를 오가면서 손 내미시는 하나님을 만나셨으면 참 좋겠습니다.”
김재원 형제의 어머니 박정애 성도에게는 전시회보다 “행복하다”는 아들의 고백이 더 큰 선물이었다.
“재원이가 전시회를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행복하다’는 고백을 참 많이 했습니다. 재원이의 그림을 보고 ‘위로 받았다’, ‘소중한 순간을 떠올릴 수 있었다’ 등의 평을 남겨주시는 관객들과 만나면서 큰 용기도 얻었습니다. 이 모든 시간이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 가운데 이루어졌다고 믿습니다. 사랑홀갤러리에 걸린 아이들의 작품이 누군가에게 조용한 위로와 따뜻한 울림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김수 자매의 어머니 김영화 성도는 하나님이 주신 딸의 은사를 성도들과 나눌 수 있어서 감사했다.
“온누리교회 장애인 예배가 우리 모녀의 안식처입니다. 늘 위로와 사랑을 받기만 하다가 특별전을 열고 작게나마 성도들에게 사랑을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수가 이 기회를 좋은 토양 삼아 더 큰 믿음의 자녀로 성장할 것입니다.”
 
곁에 머무는 사랑, 페이스메이커
 
‘장애’라는 북극의 추위를 견디는 이들 곁에서 묵묵히 품을 내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장애인사역본부 교사들이다.
정길우 성도(서빙고 사랑부 교사)는 직장 신우회 활동을 하다가 지인의 소개로 장애인 시설에서 무려 20여 년을 봉사했다.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년퇴직 이후 공동체에서 장애 자녀를 둔 가정들을 만나면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 이유를 어느 주일 발견한 ‘사랑부 교사 모집’ 광고에서 알 수 있었다. 무작정 사랑부 예배를 찾아갔고, 교사로 지원했다. 
사랑부를 섬기면서 정길우 성도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찾아왔다. 사랑부 여름 캠프에서 한 형제의 배변을 돕고 샤워를 시키다가 문득 아무 거리낌 없이 섬기는 자신을 보고 놀랐다. 그 순간 설명할 수 없는 기쁨이 마음 깊은 곳에서 밀려왔다. 그때 동료 교사가 건넨 한마디가 그 기쁨의 정체를 알려줬다.
“‘사랑부가 아니면 이런 경험을 평생 못 했을 겁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만났기에 할 수 있는 일이지요’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하나님이 저를 변화시킨다는 사실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랑부에서 사랑이 무엇인지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사랑은 멀리서 돕는 게 아니라 가까이에서 함께하는 것이며,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난해 문석윤 성도(서빙고 예수사랑부 교사)에게 예수사랑부를 섬기던 어머니께 연락이 왔다. 싱어를 구하고 있으니 함께 섬기자고 제안하셨다. 하나님의 부르심인지, 아니면 인간적인 선택인지 망설였지만, 하나님이 주신 말씀(사 43:1)을 붙들고 예수사랑부 교사로 첫발을 내디뎠다. 그렇게 8개월이 흘렀다.
“예수사랑부 청년들을 보면 순전한 예배자가 무엇인지 배우게 됩니다. 이곳에 10년 이상 몸담고, ‘나의 남은 삶은 이곳’이라 고백하는 선배 교사들의 고백이 나의 고백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사랑부가 그 이름처럼,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고 경험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12년째 부천 사랑부 총무로 섬기는 김도훈 집사(부천온누리교회)도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했다. 그러나 그 자리가 어느새 가장 소중한 사역지가 됐다. 대학생이 된 딸도 함께 교사로 섬기고 있다. 찬양할 때마다 누구보다 기뻐 뛰는 사랑부 청년들의 미소에서 예수님을 본다.
“마라톤에는 선수 곁에서 속도를 조절해 주는 페이스메이커가 있습니다. 사랑부에는 교사라는 이름으로 함께 뛰어줄 페이스메이커가 필요합니다. 주저하지 마시고 사랑부의 문을 두드려 주십시오. 여러분의 섬김이 사랑부 아이들에게 평생의 온기를 나눠줄 큰 빛이 될 것입니다.”
이탈리아행 비행기에서 내려 북극에 섰던 이들이 그 땅에서 이글루를 짓고 있다. 북극의 모진 추위를 이기고 튼튼하고 따듯한 이글루를 함께 지어줄 하나님의 사람들이 필요하다.
문의: 02-3215-3263
작성자 홍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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