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신문 - [맛있는 말씀 해설]너 아침의 아들 계명성이여

국내캠퍼스

[맛있는 말씀 해설]너 아침의 아들 계명성이여

 2023-02-04      제1428호

공유하기

맛있는 말씀 해설
 
“너 아침의 아들 계명성이여”(사 14:12)
 
“너 아침의 아들 계명성이여 어찌 그리 하늘에서 떨어졌으며 너 열국을 엎은 자여 어찌 그리 땅에 찍혔는고”(사 14:12).   
이 말씀에 나오는 ‘계명성(morning star)’을 어떤 성경 초기 번역본에서는 ‘루시퍼(Lucifer; 타락한 천사, 사탄)’라고 번역해 놓았다. 라틴계 성경인 벌게이트(Vulgate)의 영향을 받은 영어번역본(New King James Verison)에서 실례를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심심치 않게 성경공부를 하다가 계명성이 사탄 루시퍼를 가리킨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그런데 정말 계명성이 루시퍼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을까? 
히브리어 원어로 보면 ‘계명성’은 ‘할렐’로 표기되었는데, 동사 ‘할랄(비추다)’에서 파생된 명사형으로 ‘밝은 것, 빛나는 것’을 의미한다. 뉴킹제임스 번역성경은 아마 계명성을 ‘빛을 가져오는 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초기 교부전통을 따라 무작정 루시퍼로 번역한 것 같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확한 번역이라 할 수 없다. 벌게이트와 뉴킹제임스가 아침의 아들 계명성을 루시퍼로 번역한 이유는 13절에 등장하는 “북극 집회의 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당시 고대 세계에서는 북쪽의 높은 산에 신들의 모임이 있다는 전설과 가나안 신화가 유행하고 있었다. 이는 이사야 선지자가 그것을 맹목적으로 믿거나 인정해서라기보다 문화적 배경을 수사학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칼뱅을 비롯한 대부분의 개혁주의 신학에서는 계명성을 루시퍼로 이해하기보다 ‘교만한 바벨론 왕’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본문과 앞뒤 문맥에 훨씬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곧 하나님의 높은 자리에까지 올라서려 했던 바벨론 왕은 스올의 가장 깊은 곳까지 떨어지게 된다(15절)는 것과 그의 멸망으로 그의 후손과 그의 시체는 매장지도 없는 수치를 당하게 된다(19절)는 구절은 아침의 아들 계명성으로 자처하던 바벨론 왕이 얼마나 하늘을 찌를 듯 교만했는지를 보여준다.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허망한 제국의 영광만을 추구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교만과 권력, 세상의 영광과 힘은 새벽 별이 뜨는 아침이 되면 부질없이 사라지는 허망함을 드러내고 있기에 이러한 해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새벽에 가장 먼저 떠올라 잠시 누리는 샛별과 같은 빛난 영광은 해가 뜨면 곧 사라지게 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잘 보여준다. 
역사의 무대에 샛별처럼 등장한 신흥국가 바벨론의 권력은 하늘을 찌를 듯했고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 권세가 천하를 호령하고 수많은 열왕과 나라를 두려움에 빠뜨렸고(16절), 전성기 시절 바벨론 왕은 강력한 힘과 군사력으로 나라와 도시들을 짓밟고 모든 것을 초토화했다(17절). 교만한 바벨론 왕을 이사야는 ‘계명성’이라 칭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고 있는데, 2인칭 서술에서 하나님의 절대적인 심판 의지가 담긴 1인칭으로 전환해 선포한다. 
“너 아침의 아들 계명성이여 어찌 그리 하늘에서 떨어졌으며 너 열국을 엎은 자여 어찌 그리 땅에 찍혔는고”(12절). 
이사야 선지자는 그 권력과 욕망의 속성을 파헤치며 계속해서 말한다. 
“가장 높은 구름에 올라가 지극히 높은 이와 같아지리라 하는도다. 그러나 이제 네가 스올 곧 구덩이 맨 밑에 떨어짐을 당하리로다”(14~15절). 
끝없는 교만과 자신의 영광에 도취된 바벨론 왕을 향해 하나님의 진노를 맹렬하게 쏟아놓고 있다. 
“열방의 모든 왕들은 모두 각각 자기 집에서 영광중에 자건마는 오직 너는 자기 무덤에서 내쫓겼으니 가증한 나뭇가지 같고 칼에 찔려 돌구덩이에 떨어진 주검들에 둘러 쌓였으니 밟힌 시체와 같도다”(18~19절). 
이와 같은 문맥과 주석적 작업을 토대로 볼 때 아침의 아들 계명성은 타락한 천사 루시퍼로 그 의미를 축소하고 제한시키기보다 역사적 실존 인물인 바벨론 왕과 그 같은 교만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우리를 염두에 두고 해석할 때 더 정확하고 포괄적인 해석이라 할 수 있다.  
/ 김상수 목사(대전온누리교회)


 

 

 작성자   정현주 기자

4,421개 글

리스트보기
검색
게시판 처음으로 가는 버튼 게시판 처음으로 가는 버튼 1 2 3 4 5 6 7 8 9 10 게시판 처음으로 가는 버튼 게시판 처음으로 가는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