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신문 - [맛있는 말씀해설] “내가 그를 번제물로 드리겠나이다”(삿 11:31)

국내캠퍼스

[맛있는 말씀해설] “내가 그를 번제물로 드리겠나이다”(삿 11:31)

 2022-12-03      제1420호

공유하기

맛있는 말씀해설
 
“내가 그를 번제물로 드리겠나이다”(삿 11:31)
 
“내가 암몬 자손에게서 평안히 돌아올 때에 누구든지 내 집 문에서 나와서 나를 영접하는 그는 여호와께 돌릴 것이니 내가 그를 번제물로 드리겠나이다 하니라”(사사기 11:31).
기독교 방송에 함께 출연했던 한 분의 고백에 따르면 자신은 젊은 시절 하나님을 위해 순교하겠다고 서원한 이후 마음이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서원(誓願)은 하나님께 삶을 드리겠다는 일종의 약속이다. 하나님께 서원하는 것은 매우 복되고 거룩한 일이지만, 깊은 생각 없이 결정하면 후회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오늘 말씀은 사사였던 입다가 암몬 족속과의 전쟁을 앞두고 하나님 앞에 서원하는 장면이다. 그의 서원과 관련해 논란이 되는 쟁점이 있다. 
첫째, 자신이 암몬 족속과의 전쟁에서 평안히 돌아올 때 그를 영접하는 자를 하나님께 번제물로 드리겠다는 약속이다. 문맥적으로 이 말씀을 살펴보면 영접하는 자는 동물이기보다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번제물로 드린다는 것은 제사를 지내기 위해 생명을 불태워 드린다는 의미다. 고대 근동 지역에서는 당시 이방인들이 인신제사를 드렸지만, 구약성경은 인신제사를 금지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매우 싫어하시는 행위이기 때문이다(신 18:9~10). 
둘째, 서원의 대상이 된 자가 입다의 딸이었으며, 정말 입다의 딸이 번제물로 불태워졌는가 하는 것이다. 
“두 달 만에 그의 아버지에게로 돌아온지라 그는 자기가 서원한 대로 딸에게 행하니 딸이 남자를 알지 못하였더라 이것이 이스라엘에 관습이 되어”(삿 11:39). 
입다는 서원을 행하는데 매우 큰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무남독녀를 하나님께 드려야 했기 때문이다. 성경은 하나님께 서원한 것은 이행해야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민 30:2). 그래서 사사기 11장 39절은 입다가 딸의 요청대로 두 달 동안 애곡할 시간을 주고 나서 서원한 대로 딸에게 행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입다의 딸을 정말 번제물로 드렸는지에 대해서 매우 애매한 표현을 하고 있다. 39절에는 ‘죽음’, ‘번제물로 드림’에 관한 표현이 없다. “그는 자기가 서원한 대로 딸에게 행하니”라고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딸이 남자를 알지 못하였더라”는 표현은 번제물로 죽임 당한 것보다 결혼하지 못한 채 평생 성전에서 하나님을 섬기는 봉사자 즉, 영적인 제물로 드려진 것 아닌가하는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학자들은 이에 대하여 대략 두 가지 학설을 제시한다. 첫째, 유대 역사가 요세푸스를 비롯한 유대 랍비들, 대부분의 교부들 및 보수주의 학자들은 입다의 딸이 실제로 처녀로 죽었으며, 번제물로 태워져서 죽었다고 주장한다. 둘째, 다른 부류의 학자들은 하나님께서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행위를 싫어하기 때문에 결혼하지 않은 채 입다의 딸이 성전 봉사자로 드려졌다는 주장을 통해서 영적인 의미의 제물로 해석한다. 입다가 서원하게 된 배경을 이해하면 어느 정도 실마리를 풀 수 있다. 
“이에 여호와의 영이 입다에게 임하시니…(중략) 그가 여호와께 서원하여 이르되 주께서 과연 암몬 자손을 내 손에 넘겨주시면”(삿 11:29~30).  
하나님은 입다에게 전쟁에서의 승리를 말씀하셨는데, 인간적인 표징을 구했던 입다의 불신이 서원의 배경이다. 따라서 사사기의 저자가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지 않지만, 성경 전체의 문맥으로 볼 때 입다는 결국 딸을 인신제사로 드렸음을 완곡하게 표현하고 있다. 입다의 서원은 하나님의 뜻에 합한 서원이 아니라 자신의 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서원이었다. 철저하게 불신앙적인 서원이었다. 하나님께서 원하지 않는 서원을 했기에 사사기 저자는 입다를 구원자 내지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기록하지 않고, “길르앗 사람 입다의 딸을 위하여 나흘씩 애곡하더라”(삿 11:40)고 표현하며 그를 평가절하 한다. 눈에 보이는 표징을 구할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성령님의 음성에 민감할 수 있도록 늘 깨어 있어야 입다와 같은 잘못된 서원을 범하지 않게 될 것이다.  
/ 오은규 목사(성동광진공동체)


 


       

 작성자   정현주 기자

4,420개 글

리스트보기
검색
게시판 처음으로 가는 버튼 게시판 처음으로 가는 버튼 1 2 3 4 5 6 7 8 9 10 게시판 처음으로 가는 버튼 게시판 처음으로 가는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