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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C 선수위원장으로 선정된 이정민 선수

 2018-10-21      제12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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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좌절 그리고 또 도전 눈물로 쓴 하나님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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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18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43개국 3천여 명의 선수들이 핸디캡을 극복하고 아름다운 경쟁을 벌였다. 이 현장에서 또 다른 경기를 펼친 이가 있다. 바로 이정민 선수(장애인 조정‧스키 국가대표)다. 그는 이번 장애인 아시안게임 기간 중에 ‘아시아패럴림픽위원회(APC) 선수위원’으로 출마했다. 대회기간 내내 선수촌을 돌면서 유세를 했다. 그리고 지난 13일, 현장 선수들의 직접투표를 통해서 당당하게 선수위원(총 5명 선임)으로 당선됐을 뿐만 아니라 선수위원장으로 선정되었다.  
지난 16일, 바로 그 주인공 이정민 선수를 만났다. 연세대학교 스포츠응용산업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의 첫인상은 무척이나 선해보였다. 거친 운동과 혹독한 훈련을 거듭한 운동선수로 보이지 않았다.  
/ 정현주 기자 joo@onnuri.org
 
 
이정민 선수는 어릴 때만 해도 또래 아이들과 다름없이 무척이나 활발한 아이였다. 그런데 초등학교 2학년 때 ‘길랭바레증후군’(Guillain-Barre syndrome, 급성감염성다발성신경염)이라는 병을 앓았다. 길랭바레증후군은 말초신경계통의 손상으로 급격하게 근무력이 시작되는 병이다. 매년 10만 명당 2명 정도 발병하는 희귀병이다. 원인도 모르고 뚜렷한 치료법도 없다. 
“어느 날 부턴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풀썩풀썩 주저앉게 되더라고요. 점점 온몸에 힘이 없어졌고요. 하루는 자고 일어났는데 목을 못 들겠더라고요.” 
여러 병원을 전전하고 나서야 길랭바레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마비증상이 호전돼 회복되기도 했지만 무릎 아래 부분 신경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장애판정(신체장애 3급)을 받았다.  
“걷는 게 뒤뚱뒤뚱하고 불편했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어요. 원래 성격도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이라 그런지 제 병이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아버지 이재광 장로(대전 온누리교회)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아들의 병마를 누구보다 힘들어했다. 하나님을 원망한 적도 많다. 
“약도 없고, 뚜렷한 치료법도 없으니 병원에서도 할 게 없다고 하더라고요. 모든 부모들이 그렇듯이 제가 아프면 아팠지 아들이 아픈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하나님 원망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결국은 하나님밖에 붙잡을 게 없더라고요. 병원에는 기도할 데가 없어서 화장실에서 기도했어요. 좌변기 뚜껑을 덮고 앉아 마비가 되어 누워있는 아들을 위해 기도를 참 많이 했어요.” 
이재광 장로는 그 힘든 시기를 잘 견뎌준 아들이 대견하고 감사했다. 이 장로는 아들에게 제약이 많은 한국보다 더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좋겠다며 미국 유학을 권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미국 유학을 갔어요. 아버지가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아버지가 저를 위해 과감한 선택을 해 주셨어요. 아버지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미국에서는 한국에서보다 장애가 있다는 사실이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운동회에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는데 미국에서는 학교대표로 뽑아주더라고요. 축구를 하고 싶은데 다리가 불편하다고 했더니, ‘그럼 골키퍼하면 되지’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부딪혀볼만 하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잘 나가던 엘리트 금융맨
장애인 국가대표 조정선수가 되다
 
이정민 선수는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꽤 괜찮은 이력을 쌓았다. 미국 명문대학 중 하나인 미시간주립대를 졸업했고, 졸업 후에는 한국 대기업의 미국 현지법인에서 근무했다. 2010년 한국에 귀국해서는 외국계 금융회사를 다녔다. 고소득 금융맨이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조정(漕艇, Rowing)선수가 되겠다며 잘나가던 회사를 그만뒀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방송된 조정 특집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다. 
“돈을 많이 벌고 싶고 금융맨을 동경해서 금융회사에 취직했는데 제 마음에는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가득했어요. 그러다 방송에서 조정하는 모습을 봤는데 앉아서 하는 운동이더라고요. 그걸 보고 ‘바로 저거다!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이다’라고 생각했어요.”
곧장 미사리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조정 국가대표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운동선수, 그것도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말에 ‘조정이 나를 새롭게 일으키는 계기가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불편한 몸으로 살면서 단 한 번도 꿈꿔본 적 없는 분야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직장을 그만뒀어요.” 
물론 부모의 반대가 심했다. 
“어느 날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하는 거예요. 남들은 들어가기 어려운 직장인데 너무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운동은 취미생활로만 하라고 했어요. 그래도 소용없더라고요. 고집이 어찌나 세던지…”
이재광 장로는 아들에게 너무 서운한 나머지 4개월 동안 말을 안했단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 이 장로도 결국 아들의 고집에 무릎 꿇었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는 날 미사리에 갔어요. 1등으로 들어오는 아들을 보고 깨달았어요. ‘내가 졌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그때부터 아들의 선택을 더욱 존중하게 되었어요.”
엘리트 금융맨은 그렇게 국가대표 조정 선수가 되었다. 
호기롭게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생각보다 힘들었다. 처음에는 후회도 많이 했다. 훈련 환경, 재정적 지원 등 모든 상황이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대표팀 훈련이라고 해봤자 1년에 고작 90일밖에 안됐고, 나머지는 혼자 알아서 해야 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자괴감이었다. 
“당시 제가 서른 살이었어요. 친구들은 한창 결혼하고, 아이 낳고, 회사에서 승진하는데 제 상황은 너무 암담하더라고요. 나만 혼자 다른 세상에 있는 느낌이 들고 도태되는 것 같더라고요.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견디기 힘들었어요. 회사 다닐 때는 장애가 드러나지 않았는데 운동 시작하고부터는 ‘장애인 운동선수’라는 말을 해야 하니까 힘들더라고요. 국가대표 선수라고 해도 장애인 국가대표라고 하면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는 것도 견디기 힘들었고요.”
그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하나님께 정말 많이 묻고 기도도 많이 했다. 눈물로 하나님의 역사를 써내려갔다.
“장애가 없었더라면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았을 텐데 왜 나에게 장애를 주셔서 이런 선택을 하게 하시냐고 원망 섞인 하소연을 많이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하나님의 계획이었더라고요. 하나님은 시련을 통해서 저를 성장시키셨어요. 그 덕분에 자만하지 않고 하나님의 온전하심을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그의 도전은 계속됐다.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조정 혼성종목(시범종목)에서 은메달을 따낸 그는 지경을 넓혀 2015년 스키에 도전했다. 2018 평창패럴림픽 출전을 목표로 정말 미친 듯이 훈련했다. 비록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하계와 동계 스포츠를 모두 경험한 대단한 이력의 소유자가 되었다. 
이정민 선수의 도전은 계속 진행 중이다. 그는 평창패럴림픽이 끝나자마자 올해 3월부터 연세대학교 스포츠응용산업학과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박사과정 공부만으로도 바쁜 시기에 APC 선수위원으로 입후보했다. 그리고 당당하게 선수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사실 자카르타에서 여러모로 힘들었어요.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어요. 박사과정을 시작한 때라 굳이 지금 이걸 왜 해야 하는가 후회도 들었고요. 그러나 하나님께서 저에게 ‘너는 내가 축복한 사람이다, 너는 내 계획대로 잘 할 것이다’라고 용기를 주셨어요.”   
남들한테 좋게 보이는 이력의 이면에는 말로 표현 못 할 고민과 고충이 가득했다. 이정민 선수는 그때마다 하나님께 치열하게 질문했고, 그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을 확인했다. 
“제 생각과 하나님의 생각은 다르더라고요. 제가 요구한 사항들은 들어주지 않으셨지만 그걸 통해서 저를 성장시키셨어요.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하나님께 더 많이 묻게 되고, 더 열심히 살게 되더라고요. 힘든 것, 어려운 것, 심지어 장애조차도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작성자   정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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