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신문 - “예손 화가 황유정, 최선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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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손 화가 황유정, 최선영입니다!”

 2022-12-10      제14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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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예손 화가 황유정, 최선영입니다!”
예손 정기 전시회에서 만난 발달장애인 화가들

board image<예손 황유정 작가>

board image<예손 최선영 작가>
 

2022년 예손 정기 전시회 ‘예술가의 시선’展이 12월 12일(월)까지 갤러리 라메르 제1전시실(종로구 인사동5길 26 라메르 빌딩)에서 열린다. 북서울장애인보호작업시설(온누리복지재단 산하) 소속 발달장애인 작가 20여 명의 그림 113점을 전시하고 있다. 
꽃다발을 들고 환한 미소를 주고받는 감미로운 프러포즈 그림, 핑크빛 모래사장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자신을 표현한 그림, 돌고래가 바닷물을 가르며 뛰어오르는 그림 등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유독 눈길을 끄는 그림 두 점이 있었다. 황유정 작가와 최선영 작가의 그림이다. 그림 그리는 스타일도, 예손에서 그림 그린 시간도 제각각이지만, 그들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고백하는 말이 있다. 바로 “나는 예손 화가입니다. 예손에서 그림 그려서 너무 행복해요”다. 예손에서 그림 그리는 게 가장 행복하다는 황유정, 최선영 작가를 만났다. 
/ 정현주 기자 joo@onnuri.org
 
 
황유정 작가가 그린 ‘루돌프와 크리스마스 장식’ 그림은 이 계절과 정말 잘 어울린다. 빨간 코 루돌프가 빨간 목도리를 두르고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로 활짝 웃고 있다. 루돌프 주변에 있는 트리 장식이 한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자아낸다. 새하얀 눈꽃 문양도 빠질 수 없다. 정말 예쁘고 잘 그린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이번 예손 전시회 메인 그림으로 디스플레이(Display) 되어 있다. 황유정 작가에게 왜 루돌프를 그렸는지 물었다. 단순하면서도 아주 확실한 대답이 돌아왔다. 
“루돌프 사슴, 예뻐요. 눈꽃, 너무 예뻐요!”
 
“자그마치 10년 기다렸다”
 
황유정 작가는 올해 7월 1일 예손에 들어온 새내기다. 그녀에게는 이번 예손 전시회가 첫 전시회인 셈이다. 황유정 작가는 예손에 들어오기 위해 무려 10년을 기다렸다. 예손 새내기지만, 그림 실력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녀의 어머니 최영혜 씨가 예손 작가가 된 딸의 마음을 알려줬다.
“유정이가 고등학교 졸업하기 직전에 예손에 들어갈 수 있는지 알아봤는데, 자리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름만 올려놓고 기다렸는데, 자그마치 10년이 지났습니다. 너무 오래 기다렸지만, 유정이가 간절히 기다리고 기다리던 곳이라 그런지 정말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고등학교 담임선생님 조언으로 예술대학교에 지원할 정도로 황유정 작가는 그림 실력이 출중하다. 그런데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았다.  
“유정이 아버지가 대학교 진학을 결사반대했습니다. 아무래도 유정이가 비장애인과 달리 말을 잘하지 못하고, 사회성이 떨어지니까 걱정됐던 것 같습니다. 혹시나 대학교 수업을 못 따라가거나 학우들에게 따돌림 당할까 걱정한 것 같더라고요.”
아버지의 반대로 대학교에는 진학하지 못했지만, 황유정 작가는 그림 그리는 일을 쉬지 않았다.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미술대회가 있어서 나갔는데 유정이가 그 대회에서 3년 연속 대상을 받았습니다. 그 정도로 우리 유정이의 그림 재능이 뛰어납니다.”
학교 다닐 때도 사생대회를 휩쓸었던 황유정 작가다. 미술학원이라곤 한 번도 다닌 적 없는데 말이다. 엄마 눈에 그 딸이 얼마나 대견하고, 안타까웠을까. 그래서인지 10년 만에 예손에서 연락이 왔을 때 뛸 듯이 기뻤다. 
“예손에서 그림 그리기 시작하면서 유정이가 ‘행복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얼마 전에도 ‘엄마, 나는 행복해. 예손에서 그림 그리는 게 제일 행복해’라고 하더라고요. 안정적인 환경에서 좋아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게 돼서 유정이도, 우리 가족도 정말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어머니 옆에 있던 황유정 작가가 한마디 거들었다. 
“(예손에서 그림 그릴 수 있어서) 기분이 좋고, 편안해요. 좋은 화가가 될 거에요! 저는 예손 화가에요!”
 
아주 특별한 재능 가진 ‘최선영 작가’
 
최선영 작가의 그림은 다채롭다. 커다란 진주 목걸이, 두건, 안경을 쓴 강아지 푸들, 핑크빛 갈대밭이 넘실대는 파란색 철교(鐵橋), 활짝 핀 나비 날개에 새겨진 생생한 주름 무늬까지.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을 자랑한다. 사실 최선영 작가는 손으로 하는 건 뭐든 다 잘한다. 최선영 작가의 보호자 김수남 씨(이모)가 조카의 재능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고 또 했다. 
“우리 선영이는 손재주가 엄청 좋습니다. 비즈공예로 스마트폰 액세서리도 잘 만들고, 피아노도 잘 쳐서 음악대학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제과제빵을 잘해서 일본 연수도 다녀왔습니다. 제빵 관련 대기업에서 취업 제안이 들어올 정도였다니까요. 본인이 거절했지만요.”
최선영 작가가 왜 제빵 관련 대기업의 취업 제안을 거절했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음악대학에 입학해서 음악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취업을 거절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선영 작가가 그 좋아하던 음악대학을 다니다가 몇 년 만에 그만뒀다. 
“수업 중에 음악감상 과목이 있었는데 학점이 너무 안 좋게 나왔어요. 그것 때문에 학교를 그만뒀어요.”
담당 교수가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최선영 작가를 달랬다고 한다. 그런데도 최선영 작가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 잘 다닐 줄 알았던 음악대학을 갑자기 그만둔다고 하니까 가족들도 걱정이 많았다. 그때 예손을 알게 됐다. 
“때마침 지인이 예손을 알려줬습니다. 운이 정말 좋아서 예손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예손에서 전문적인 미술 훈련을 받으면서 선영이가 조금씩 화가로 성장하더라고요. 가족들이 좋아한 건 말할 것도 없지요.”
최선영 작가는 예손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전문적인 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요새 예손에서 실시하는 ‘디지털 드로잉’ 과정도 그녀의 꿈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디지털 드로잉은 한국마사회 강북지사에서 예손 발달장애인 화가들에게 디지털 드로잉 훈련을 위한 드로잉 기기(아이패드) 및 강사비를 지원하는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최선영 작가는 디지털 드로잉 훈련을 받는 예손의 대표 작가 중 하나다.  
“예손 친구들과 함께 그림 그리면서 제 그림이 더욱 풍성해지고, 실력도 느는 것을 느껴요. BC카드 홈페이지(payZ; 미술품 거래 플랫폼)에 제 그림이 올라간 것을 보고 정말 뿌듯했어요. 가장 기분 좋을 때는 사람들이 저에게 그림 잘 그렸다고 칭찬해줄 때에요. ‘일반인들이 할 수 없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 작가’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기쁘고 신나요!  제 그림을 좋게 봐주시고, 도움도 많이 주시고,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성실하게 그림 그릴 거예요. 많이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세요. 전문가 못지않은 화가가 되고 싶어요.” 
최선영 작가의 이모가 예손과 온누리교회 성도들에게 꼭 인사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 선영이가 예손을 만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발달장애인들이 자립하고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성심껏 도와주신 예손과 온누리교회 성도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발달장애인들이 더 큰 꿈을 꾸고, 실제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금처럼 많이 도와주십시오.”
 
 

 작성자   정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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