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생명을 살리는 사람들
미야자키에서의 아주 특별한 만남
러브소나타 미야자키가 더욱 특별했던 이유가 있다. 아주 특별한 마음을 품은 사람들이 함께했기 때문이다. 생명 살리는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목회자와 성도, 먼저 천국으로 보낸 자녀를 기리며 온 가족이 집회에 참석한 참가자, 미야자키 교회와 성도들을 섬기러 일본 전역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해외비전교회(동경, 오사카, 요코하마, 야치요, 우에다, 나고야, 교토) 성도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생명을 가르치고, 생명을 지키고
하나오카 목사와 구로키 성도
<하나오카 목사 가족>
<구로키 성도>
하나오카 코이치, 하나오카 세이코 목사 부부(미야자키크리스천커뮤니티처치, 러브소나타 미야자키 실행위원장)는 이 지역에서 유명 인사다. 출산율이 낮기로 유명한 일본에서 무려 자녀 7명을 낳아 대가족을 이뤘기 때문이다. 하나오카 목사 부부가 특별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방과 후 수업 일환으로 소학교(일본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생명수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수업에서는 성경적 세계관으로 ‘성교육’과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있다.
“일반적인 생명수업이나 성교육은 주로 피임이나 낙태 옹호 등을 설명하는데, 저희 부부는 성경적 성교육을 합니다. ‘가미사마(신을 일컫는 말)’가 주신 생명은 소중하고 귀하다’, ‘낙태는 가장 작은 생명을 죽이는 일이다’, ‘자기 몸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혼전순결)’ 등을 가르칩니다. 물론 학생들에게 기독교적 색채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래도 저희 부부 직업이 목사라는 것을 알아서 학생들은 우리가 이야기하는 ‘가미사마’가 ‘예수 그리스도’라고 생각합니다(웃음).”
하나오카 목사 부부는 학교 생명수업 외에도 생명 살리는 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작은 생명을 지키는 모임(小さないのちを守る, 일본 프로라이프 단체)’ 미야자키 지부 대표를 하나오카 코이치 목사가 맡고 있다.
“임신한 학생이 낙태하고 싶다고 상담하는 일이 많은데, 우리 부부는 임신중절 수술을 하는 병원을 소개해주지 않고, 미혼모가 안전하게 아이를 낳도록 돕는 시설과 입양단체를 주선해주고 있습니다. 낙태는 가장 작은 생명을 죽이는 일이라고, 아기를 낳아 소중한 생명을 지켜 달라고 호소하면서요. 한번은 낙태하려던 미혼모와 남자친구가 마음을 돌이켜 아기를 낳고, 가정을 이룬 적이 있습니다. 가장 작은 생명을 살려낸 어린 부모의 결단이 감사하고 대견했습니다.”
성경적 결혼관과 생명관을 설명하는 생명수업은 재미없고, 고리타분한 이야기라고 여기지는 않을까? 하나오카 목사도 그 점을 통감하고 있었다.
“생명수업은 정규과목이 아니고, 수많은 방과 후 수업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그나마도 대개 프로초이스(임신중절 권리는 여성에게 있다는 입장)적 성교육이 일반적입니다. 수업 중에 특정 종교를 포교해서도 안 되고요. 그래서 저는 기독교적 생명수업이 정규과목이 되기를 소원하고 있습니다. 생명을 지키는 것은 우상숭배만큼이나 치열한 영적 싸움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와 전도밖에 없습니다. 생명수업과 프로라이프운동을 통해서 어린 학생들에게 계속 예수님을 전하고 싶습니다.”
하나오카 목사가 온누리교회 성도들에게 꼭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제가 30년 전 목사 안수를 받고 두 달이 채 안 됐을 때 서울 온누리교회에 간 적이 있습니다. 경배와 찬양 집회에 참석했었는데 후쿠자와 마키토 목사님(동경온누리교회 담당)이 통역해주셨습니다. 그날 집회가 제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이었습니다. ‘언젠가 일본에서 이런 집회가 열리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이루어졌습니다. 러브소나타 미야자키를 계기로 영적인 변화와 부흥의 바람이 일어나기를 기대합니다. 미야자키 교회들을 위해서 온누리교회 성도님들이 계속 기도해주십시오.”
생명 살리는 일에 앞장서는 또 다른 사람이 있다. 구로키 마사코 성도(69세, 예수그리스도미야자키복음교회)가 주인공이다. 구로키 마사코 성도는 전화상담원이다. 그녀의 전화상담은 아주 특별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고민하는 사람들을 상담하고, 생명존중 및 자살 예방을 권고하는 ‘생명의전화’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로키 성도는 자신이 생명의전화에서 일하게 된 것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고 고백했다.
“어느 날 TV 뉴스에 생명의전화 자원봉사자 모집 광고가 나왔는데 처음에는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도, 또 다음 날에도 자원봉사자 모집 광고가 계속 나왔습니다. 다른 광고도 많았는데 유독 생명의전화 자원봉사자 모집 광고만 눈에 들어오고, 그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아서 신청했습니다. 사무국에서 240문장으로 지원 동기를 쓰라고 했는데, 써도 써도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말로 채워야 하나 2주 동안 고민하다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아이디어를 달라고요. 그때 주신 말씀이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입니다. 그 말씀을 시작으로 지원서를 순식간에 채웠습니다. 그때 ‘아, 하나님이 나를 생명의전화로 보내시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생명의전화에서 상담하면서 구로키 성도는 매일같이 미야자키 사람들의 심각한 영적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
“전화상담을 하다 보면 가슴 아픈 사례들이 많습니다. 동성(同性)을 사랑해서 괴롭다는 사람,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 가정학대 및 폭력에 시달리는 사람, 자살하기 직전의 사람도 있습니다.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상담할 때는 절대 기독교나 예수님을 언급할 수 없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희망도 소망도 없이 삶의 끈을 놓으려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방법은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님의 십자가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나 혼자 사는 이들에게는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가까운 교회에 가서 공동체의 보살핌을 받으라’고 조언합니다. 한번은 이단 신자였는데, 밤마다 누군가 자신의 목을 조른다고 했습니다. 그 사람에게도 예수님을 소개했습니다. 힘들 때마다 예수님을 찾고 부르짖으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악한 영에서 풀려났다고 했습니다. 제가 불이익을 받더라도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예수님을 전할 것입니다.”
구로키 성도도 온누리교회 성도들에게 러브소나타 집회를 열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야마가타에서 열린 러브소나타 집회 영상을 몇 번이나 보면서 하나님의 일본을 향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야자키에서도 러브소나타가 열려서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모릅니다. 이번 러브소나타를 시작으로 미야자키 교회들이 부흥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위해 한국에서 수많은 성도가 와서 함께 기도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온누리교회의 사랑을 가슴에 되새기며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끝까지 예수님을 전하겠습니다.”
“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노우에 목사 가족, 이리에 성도 부부
<이노우에 목사 가족>
<미야자키 러브소나타 봉사를 위해 달려온 일본비전교회 목회자와 성도들>
러브소나타 미야자키에는 아주 특별한 봉사자들도 총출동했다. 일본 비전교회 성도들과 목회자들이다. 이노우에 마키 목사(TIM Japan, 오사카온누리교회 협력목사)는 아내 테루코 사모와 작은딸 아름(13세)이와 함께 미야자키를 방문했다. 그에게는 또 한 명의 딸 ‘카논’이 있었다. 이노우에 가족에게 카논은 아픈 손가락이다. 2016년 하늘나라로 먼저 보냈기 때문이다. 카논은 비록 이 땅에 없지만, 러브소나타 미야자키에 함께 했다. 카논의 이야기를 담은 전도지를 나눠줬기 때문이다.
“카논이 갑자기 하늘나라로 가면서 정말 많이 슬프고 힘들었습니다. 특히 아내가 많이 괴로워했습니다. 그 괴로운 심경을 신앙으로 이겨내면서 묵상한 글을 담아 전도지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가족과 비슷한 아픔을 가진 사람들에게 꼭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카논의 이야기를 담은 전도지를 받고 미야자키 사람들이 예수님을 만나기를,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을 품기를 기도합니다.”
러브소나타 미야자키를 돕기 위해 일본 비전교회 성도들도 두 팔 걷어붙였다. 73명의 비전교회 성도들이 생업과 열 일을 제쳐두고 먼 미야자키에 왔다. 이리에 쿠니히로 집사(동경온누리교회)가 미야자키에 온 이유를 설명했다.
“미야자키는 일본에서도 미신(우상숭배)이 강한 곳입니다.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알 정도로 일본 건국 신화 배경지이기도 합니다. 바로 그곳에서 예수님을 전하는 러브소나타가 열리는데 안 올 수가 없었습니다. 이 역사적인 자리에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렙니다. 무엇보다 한국 성도님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 정현주 기자 joo@onnuri.org